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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안되는 이화영의 '자백'…"증거능력 잃은 피신조서, 재판지연 원인" [서초동 야단법석]

◇24년 1회 대검찰청 형사법포럼

"법정서 말 바꾼 피고인에 재판지연"

'대북 송금 의혹' 이화영이 대표적

조서 재판 횡행…재개정 신중론도

29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고찰’ 형사법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정유민 기자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 능력을 제한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재판이 지연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개정으로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 조서에 기재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검찰청과 형사소송법학회는 29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형사법 포럼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최윤희(사법연수원 39기)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에 따른 재판 장기화 문제를 지적했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개정 형소법 312조는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돼 규정한다. 이전에는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영상녹화물 등 객관적 방법에 의해 증명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었다.

최 검사는 “(개정으로 인해) 피고인신문과 공범에 대한 증인신문이 수사단계에서의 신문을 그대로 반복하는 방법으로 재판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재판 장기화는 물론이고 범죄 실체 규명에도 적잖은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법정서 자백 뒤집은 이화영…자백 진술은 증거 될 수 없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뒤 법정에서 이를 뒤집은 대표적인 사례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꼽힌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및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이 북한 측에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 조사에서 “북한에서 방북 의전 비용을 요구하는데 비지니스적으로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처리할 거다라고 (도지사에게) 보고했고, 이재명 도지사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재판에서 도지사 보고 등 관련 진술은 검찰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개정 형소법 312조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진술 내용을 부인했기 때문에 증거로 활용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 최 검사는 “피신조서 증거능력 약화로 인한 문제는 언론에 알려진 사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며 “재판 지연 뿐만 아니라 실체진실에 어긋나는 무죄판결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가령 보험금을 노린 시체 없는 살인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을 부인하고, 법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실체진실 입증이 요원해졌다는 것이다.

“형사 재판의 지연으로 국민 불안감도 높아져”, “조서에도 서술의 오류 개입 가능성”


형소법 개정으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도 재판 지연으로 인한 불안감이 늘어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검사 출신인 김은정 법무법인 리움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 등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조사는 급감한 데 반해 경찰은 수사 누적 등을 이유로 매우 더디게 수사가 진행 돼 고소를 하거나 수사를 당하는 국민 모두 장기간 불안에 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진행하는 형사소송이 변호인 역량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민사소송화(化) 되는 경향”이라며 “변호사의 필요성과 역량이 증가한 상황에 국민이 느끼는 부담은 커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사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김웅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피신조서가 대립당사자의 반대신문이 이뤄지고, 위증의 벌을 경고 받는 법정에서의 진술만큼 신빙성이 담보되는지(특신상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법 개정 이전에는 조서 확인 절차가 증명되면 공판정에서의 진술 검증은 생략되는 ‘조서 재판’이 횡횅했던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서는 정리해서 기재하는 사람의 추가적인 개입이 있기에 서술의 오류의 개입 가능성이 배가된다”며 “법조인 출신 정치인 피고인이 장시간에 걸쳐 조서를 열람·확인했다는 것이 기삿거리가 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개정 전 증거능력이 인정됐던 피신조서를 피의자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꼼꼼히 확인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도 “조서는 혐의 입증 등 수사 기관이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 낸 것”이라며 “형소법은 존재 의미는 실체적인 진실에 다가가겠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얻어진 진실을 얻기 위한 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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