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오징어는 품귀 현상을 빚은 지 오래고, 그나마 대체품으로 확보해왔던 원양산도 재고가 부족합니다. 대만·아르헨티나산 오징어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수산업자 김 모 씨)
“금어기도 아닌데 오징어 회 파는 곳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어요. 동네 횟집을 다 돌았는데도 결국 못 구했네요.” (직장인 한 모 씨)
국내산 오징어가 횟집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탓이다. 공급 감소에 국내산 오징어 소매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금(金)징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으나, 갈수록 생산량이 줄면서 이마저도 찾기 어렵게 됐다.
3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국산(연근해산) 오징어 생산량은 2013년 15만 5000톤에서 2023년 2만 3000톤으로 10년만에 85% 넘게 줄었다. 이는 최근 국내 이상 기후가 계속되면서 동해 수온이 변했기 때문이다. 수온이 상승해 오징어의 주요 먹이가 되는 식물 플랑크톤이 크게 줄면서 오징어 서식처도 북쪽으로 옮겨갔다. 현재는 북한 인근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올해도 어획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KMI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오징어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196톤에 그쳤다.
공급이 줄면서 국산 오징어 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냉동 오징어(연근해) 1마리 소매가격은 5947원으로 5년 전(3571원)에 비해 66.5%(2376원) 급등했다.
이 같은 상황에 횟집에서는 오징어 회 판매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횟집 사장 박 모 씨는 “오징어가 귀해지면서 오징어 회를 찾는 문의 전화만 하루에 3통 이상 오고 있다”면서 “한 때는 오징어 회를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했지만, 이젠 한 마리 원가가 2만 원이 넘어가는 오징어를 겨우 구해서 마리 당 3만 원에 팔아도 ‘비싸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냥 안 팔고 마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편의점 안주 코너를 지키던 오징어 가격 역시 올랐을뿐더러 아예 매대에서 찾기가 힘들어졌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굿다리’ 등 오징어 안주 제품은 지난 2월 한 차례 가격이 200~600원씩 올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오징어) 가격 인상 영향으로 제조 원가가 지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선 수입산 오징어 물량을 늘리며 판로 모색에 나섰다. 이마트(139480)의 경우 국산 오징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입 오징어(원양산·아르헨티나산)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수입 오징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9% 가량 늘면서 전체 오징어 판매량의 38%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올해도 수입 오징어를 들여와 5월 2일까지 한 달여간 오징어 5마리를 99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는 기존 냉동 오징어 소매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류재현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최근 금징어가 된 오징어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가격 안정화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했다”며 “한 달 내내 저렴한 가격으로 ‘물가안정 오징어’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