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 부진에 따른 가격 급등이 코코아 시장을 강타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 뜀박질에 가격 헤징에 나선 선물 거래 시장은 물론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31일 뉴욕선물거래소에 따르면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은 3월 26일 장중 톤당 1만 80달러(약 1353만 원)를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9일에도 9774달러로 마감하며 부담스러운 가격대를 이어가고 있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 1년간 약 3배 올랐고 올해 들어서만 130% 뛰었다. 코코아 가격은 주요 생산국의 작황 부진으로 수급이 악화하면서 ‘폭주’ 중이다.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폭우와 더위, 이로 인한 병충해가 빈발하며 공급 물량이 크게 줄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의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코트디부아르와 또 다른 주 생산지 가나의 코코아 인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8%, 35% 감소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 부족에 선물 시장에서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선물 계약을 맺고 만기에 맞춰 구매자에게 코코아를 인도해야 하는 트레이더들은 납품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비싼 값을 주고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실물 보유분에 대한 헤지용으로 선물을 매도했던 ‘쇼트 포지션’ 거래 관계자 및 투자자들도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 가격 상승 또는 하락을 예상해 각각 매수(롱), 매도(쇼트)에 투자했는데 가격이 반대로 움직여 거래 증거금이 일정 이상 깎였고 이때 깎인 만큼의 금액을 채워 넣어야 하는 ‘마진 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한 선물 계약을 다시 사들여야 하는(환매) 상황에 내몰려 결국 시장 전체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쓰디쓴 악순환’을 만들게 됐다. 가격 하락에 베팅해 선물 공매도에 나섰던 투자 주체들 역시 손실을 감수한 환매가 불가피하다. 고스게 쓰토무 마켓 에지 대표는 “극단적으로 시세가 치솟는 가운데 선물을 공매한 투기 세력은 급등에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선물거래소가 연말까지 코코아 거래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한 것도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시장 전반의 분위기에 3월 말 시점 펀드 등 비상업 부문 코코아 콩 매도 포지션은 2만 7606계약(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으로 2월 말과 비교해 32% 쪼그라 들었다.
문제는 작황 부진에 따른 수급 문제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니이무라 나오히로 마켓 리스크 어드비저리 공동 대표는 “코코아 콩 증산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극단적으로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 한 공급 압박은 빨리 해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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