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으나 대한의사협회의 차기 회장 당선인은 연일 거친 표현으로 정부·여당을 정치적으로 겁박하고 있다. 의협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의사에게 나쁜 프레임을 씌우는 정치인들은 타기팅해서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는 4·10 총선을 의식해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의협의 새 수장이 환자를 상대로 하는 ‘낙선 운동’까지 거론하며 협박에 나선 것은 환자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의사의 본분을 저버린 무책임의 극치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대란을 우려하는 국민들은 정부와 의사들이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응답자의 65%는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을 통해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와 대화 모색을 당부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의사들과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도 의협의 새 지도부는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 수용하기 어려운 대화 조건을 앞세우는 등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의대 정원 500~1000명 축소’까지 주장하며 총선을 투쟁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의대 교수들이 1일부터 근무시간을 줄이고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겠다고 의결한 데 이어 의협은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준법 진료’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정치단체 같은 언행을 한다면 민심에서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환자 곁으로 돌아와 의대 정원 문제는 물론 의료 인력 확충, 필수·지역 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한 보상 수가 체계 마련 등 4대 의료 개혁 과제 등을 놓고 건설적인 대화와 토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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