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우고 신검 때 키 구부려서 공익 갔음. 179까지 줄이고 체중은 120까지 불림”
“쇄골 부분으로 한번 넘어지면 쉽게 부러지는데 쇄골 한번 금가면 군대 면제임”
“어금니 5개 빼면 된다…밤마다 치킨과 라면 6개월만 드세요 군대 면제임”
“무릎 뒤쪽에 페트병 꽂아서 다리로 꽉 압박하는 상태로 묶어서 뛰어내리면 면제”
“정신의학과 진료기록 6개월치 이상 무조건 공익부터 시작인데 왜 알면서도 현역 가냐”
병무청이 지난해 사이버상에서 적발한 대표적인 병역면탈 조장 가짜·유해 정보 사례들이다. 이른바 ‘군대 안 가는 법’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난 삼아 올린 수법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런 내용의 사이버상 병역면탈 조장정보를 2858건 적발됐다. 전년도 1919건 보다 939건이나 증가했다. 증가 폭은 48.9%나 급증했다. 사이버상 병역면탈 조장정보가 날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적발 건수 가운데 276건은 2023년 출범한 1기 시민감시단의 단속건수로 전체 실적의 9.7%를 자치하는 높은 성과를 올렸다. 기존에는 사이버 감시 전담직원과 외부 제보로만 병역면탈 조장정보를 색출했지만, 여기에 새로 선발된 시민감시단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적발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정부는 ‘공정한 병역환경’ 조성을 목표로 온라인에 병역 의무를 회피하는 정보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병역면탈 조장정보는 사이버 감시 전담직원과 시민감시단, 외부 제보 등의 3가지 방법으로 확인한다.
그럼에도 사이버 공간을 통해 병역면탈 조장정보의 게시·유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대대적으로 적발된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건과 같이 사이버를 통해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병역면탈 조장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좀더 효율적으로 단속하고자 2023년부터 다양한 분야의 국민을 대상으로 ‘병역면탈 조장정보 시민감시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감시단 협조 덕분에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건 주범인 브로커와 공범자 구모씨와 김모씨를 포함해 이들에게 병역면탈 범행을 의뢰하거나 이들의 범행을 도운 공범 등 128명이 1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다. 병역 브로커와 면탈자 등 130명 전원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힘입어 병무청은 지난 3월 29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제2기 ‘병역면탈 조장정보 시민감시단 발대식’을 가졌다. 병역면탈 조장정보 시민감시단은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 30명으로 선발됐다. 특히 전년도 1기 우수활동자를 포함한 14명(46.7%)이 사이버 감시활동 경력자로 구성됐다. 이들은 올 연말까지 온라인 상의 병역면탈 조장 게시글 및 사이트 등 불법 유해정보에 대해 집중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뿐이 아니다. 병무청은 오는 5월 1일에 병역면탈 조장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분류하는 프로그램을 도입된다. 이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병역면탈 조장정보에 대해 실시간으로 자동 검색·분류가 가능해져 조장정보의 확산방지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7월 17일부턴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병역면탈 조장정보 게시·유통자에 대한 수사권을 확보해 이를 직접 수사하게 된다. 아울러 병무청은 조장정보의 신속한 삭제 조치를 위해 포털사와 업무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역면탈 조장 가짜·유해 정보 게시하거나 유통한 사람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오는 5월부터 온라인에 온라인에 관련 정보를 게시하거나 유통만 해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31일 사이버 수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병역면탈 조장정보 게시·유통자에 대한 수사권을 확보했다. 특히 올해 7월 17일부터는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이를 직접 수사하게 나설 계획이다.
병무청은 또 사이버상 병역면탈 조장정보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유해정보로 확인된 게시물의 신속한 삭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포털업체와 업무협약 체결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앞으로도 병역면탈 조장정보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견고히 해 우리 사회에서 병역면탈 범죄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정한 병역이행 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2년 4월 도입된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이 지난해까지 송치한 병역면탈 범죄자는 총 747명이다.
유형별로 보면 고의 체중 조절이 1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신질환 위장(175명), 뇌전증 위장(136명), 고의 문신(101명), 안과 질환 위장(23명), 학력 속임(22명) 등의 순이었다. 청력장애 위장과 허위 장애 등록, 허위 생계감면, 고의 수술 등의 수법도 114명이나 됐다.
이 같은 단속에도 병역 면탈 조장 수법은 갈수록 은밀하고 고도화되는 모습이다. 음성적이고 불법적으로 형성된 시장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병무청이 적발한 병역 회피 조장 행위는 연간 2000건에 달한다. 실제로 매년 40명 가량이 병역의무 기피나 면탈로 적발돼 처벌받고 있다. 지난해 병무청과 검찰의 합동수사에서 적발된 108명이 브로커 2명에게 건넨 돈만 16억 원이 넘는다. 1인당 1500만 원꼴이다.
특사경 직무 범위 확대·핀셋 검증 실시
이에 병무청은 병역기피자 색출에도 고삐를 당길 방침이다. 당장 올해 초 본청에 사이버조사과, 경인청에 병역조사과를 각각 신설하고 특사경 인력을 40명에서 60명으로 확대했다. 특사경은 본청에 22명(병역조사과 및 사이버조사과 각 11명), 지방청에 38명이 근무한다. 이는 특사경의 직무 범위도 확대되고,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위법 행위를 더 정밀하게 감시하기 위한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실제 특사경의 직무 범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병역을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행방을 감춘 자 △병역의무 기피·감면 등 관련 정보의 게시·유통금지 위반자 △병역판정검사 등 신체검사와 징·소집 등 병역기피자 수사로 확대된다.
여기에 병역판정검사 후 신체 등급 4∼6급 판정을 받은 사람 중 중점관리 대상 질환자는 지난해부터 의학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위법 행위 의심자를 걸러내고 있다. 앞으론 4∼6급 판정자들에 대해서 빅데이터 기법도 적용해 질병별 데이터와 진료기록 조회, 자격·면허 취득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합 수집함으로써 핀셋 검증에 나선다. 이를 통해 걸러지는 의심자는 특사경의 수사 대상이 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 면탈 범죄는 언젠가는 꼭 밝혀게 돼 있다”며 “의심자에 대해서는 디지털 포렌식·빅데이터 분석·확인신체검사 등을 통해 추적하고 온라인상의 병역 면탈 조장 정보를 지속해서 검색해 범죄 행위를 색출하겠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