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대폭 확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의정(醫政) 갈등 해결 의지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의사 증원은 더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은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면서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할 게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제안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으며 정부 정책은 항상 열려 있는 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국민·의료계·정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 방안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의료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한 의사들의 강한 반발과 의료 불편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하는 등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의사 단체는 ‘조건 없는 대화’ 제의마저 거부한 채 의대 증원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에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은 되레 의사 정원 감축을 주장하면서 4·10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겨냥해 “환자들에게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며 겁박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서도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협박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환자들과 국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에서 물웅덩이에 빠져 심정지 상태에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 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하다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일부터 시작된 전국 의대 교수들의 근무시간 축소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이 뇌출혈 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공지하는 등 의료 현장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의료 대란의 확산을 막으려면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우선 복귀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 삼아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강경 투쟁만 고집하면 민심은 더 멀어질 뿐이다. 정부와 의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대 증원 규모와 시기, 필수·지역 의료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