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건 옛말이다. 요즘 장인은 그에 걸맞은 연장을 사용한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시즌 내내 ‘장타 전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윤이나와 방신실은 어떤 장비를 들고 필드를 누비고 있을까. 둘은 소문난 장타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스윙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듯 클럽 구성도 비슷하지만 서로의 개성은 뚜렷하다.
윤이나와 방신실은 둘 다 타이틀리스트 클럽을 사용하고 있다. 드라이버는 TSR3로 같은 종류이고 우드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힘이 좋은 만큼 샤프트도 나란히 S 플렉스를 끼웠다. 웨지의 경우 모델(보키디자인 SM10)과 로프트 구성(50·54·58도)도 똑같다. 하지만 윤이나와 방신실의 아이언 세트에서는 미세한 차별점을 보인다. 퍼터와 볼에서도 각자만의 개성이 있다.
먼저 윤이나의 클럽 구성에서 가장 큰 특징은 3가지 모델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콤보 아이언 세트다. 모두 타이틀리스트 제품인데 4번 아이언은 T150, 5~8번 아이언은 620CB, 9번과 피칭웨지는 620MB 모델로 채웠다.
타이틀리스트 리더십팀에서 투어 프로들의 피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창균 매니저는 “보통 여자 선수들은 5번 아이언부터 구성하는데 윤이나는 비거리보다는 정확성에 무게 중심을 두기 때문에 콤보 아이언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하이브리드 클럽과의 거리 차이를 감안하면서 시각적으로도 편한 클럽을 찾던 윤이나에게 T150의 4번 아이언을 추천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했다.
윤이나는 또한 타이틀리스트가 지원하는 국내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MB 모델 아이언을 사용하고 있다. MB 아이언은 머슬 백으로 더 정교한 샷 컨트롤과 샷 메이킹이 가능하다. 티샷 거리가 많이 나는 덕분에 두 번째 샷에서 9번이나 피칭웨지를 잡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조금 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머슬 백 아이언을 선택한 것이다.
20~30g 무거운 샤프트로 컨트롤 능력 높여
방신실의 클럽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아이언 샤프트다. 대부분의 국내 여자 선수들은 NS 프로 850 또는 NS 프로 950 샤프트를 사용하는 데 비해 방신실은 이보다 조금 더 단단하게 느껴지는 다이내믹 골드 105 S300 샤프트를 끼워서 쓰고 있다. 이는 남자와 여자 선수 스펙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되는데, 일반적인 여자 선수에게서는 보기 드물다.
김창균 매니저는 “방신실 역시 아이언에 있어서는 거리보다는 정확한 캐리와 컨트롤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방신실과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무게와 샤프트를 테스트한 뒤 지금의 무게와 강도를 찾아내 지난해 후반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효과는 지난해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의 통산 2승째 달성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 매니저는 “윤이나와 방신실은 공통적으로 압도적인 비거리를 때릴 능력이 있다. 일반 여자 선수보다 스핀이 적으면서도 높은 탄도의 샷으로 엄청난 캐리 거리를 만들어낸다”며 “이를 감안해 8번 아이언부터 58도 웨지까지 정확한 거리 편차를 내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클럽 세팅을 했다”고 말했다.
둘은 퍼터와 볼 선택에서도 다른 성향을 보인다. 윤이나는 캘러웨이의 오디세이 화이트핫 OZ 더블 와이드 퍼터를 주로 사용한다. 헤드는 블레이드 형태지만 사이즈는 블레이드와 말렛의 중간인 퍼터다. 방신실은 스코티카메론 팬텀 X 5S 퍼터를 가지고 다닌다. 헤드 양 끝이 뒤로 길게 뻗은 윙백 말렛 헤드에 스트레이트 샤프트가 특징이다.
볼의 경우 윤이나는 프로 V1, 방신실은 프로 V1x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두 볼을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프로 V1은 부드럽지만 낮은 탄도, 프로 V1x는 높은 탄도에 견고한 타구감이 특징이다.
윤이나와 방신실은 4일부터 나흘간 제주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두산위브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이 대회부터 둘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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