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낙태권과 관련해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주 법안에 손을 들어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1일(현지 시간) 헌법 14조에 기초한 사생활 보호 권리가 낙태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제정된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주 법안은 다음 달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강간·근친상간·치명적 태아 기형·긴급 의료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미국 남부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길을 사실상 없애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별도 판결에서 낙태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주 헌법을 개정할 것인지에 대해 11월 주민들이 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이에 따라 만약 11월 투표에서 주헌법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낙태 금지법’은 폐기된다. 현재 플로리다주에서 낙태는 임신 15주까지 합법이다.
외신들은 이번 판결로 낙태권이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플로리다주 유권자들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플로리다주에서 실시된 낙태 시술은 8만 2000여건으로 낙태를 사실상 제한하는 미국 17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텍사스·루이지애나·조지아주 등으로부터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몰리면서 지난 2년간 플로리다주의 낙태 건수는 가장 큰폭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플로리다주 유권자 60%가량이 낙태 금지에 반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캔자스·오하이오·미시간 등 7개 주에서는 주민 직접 투표를 통해 낙태권을 보호했다.
플로리다주의 ‘낙태 금지법’은 공화당 내 대선 경선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당시 경선 주자로 나섰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직접 서명했으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일각에서는 낙태권을 엄격히 금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낙태권을 앞세워 공화당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임신 16주 이후) 낙태권을 빼앗으려는 자”라며 “(나는) 낙태권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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