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이 익숙한 오프라인에서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길이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누리집에 올라온 2023년도 은행경영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6772개이던 국내 은행 전국 오프라인 점포 수는 2022년 말 5807개로 14% 줄었다. 4대 은행의 현금입출금기 수도 최근 5년 새 30% 가까이 줄었다.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적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 서비스 접근성까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5대 시중은행 '연령별 적금 대면·비대면 가입 비율'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적금 신규 가입자 중 20대는 78.3%, 30대는 86.7%가 비대면 가입자일 만큼 비대면 가입 비율이 높았다. 반면 60대 이상은 비대면으로 가입한 사람과 대면으로 가입한 사람 비율이 각각 19.1%, 80.9%로 대면 가입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최근 구독자 구독자 326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오디지’에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박씨와 한씨가 핸드폰을 붙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10분 안에 자녀에게 백만원을 보내시오’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오디지가 은행연합회의 사회공헌 플랫폼 ‘뱅크잇’과 함께 만들었다. 국내 은행 19곳이 고령층의 금융생활을 돕는 공동 사회공헌 사업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 가운데 하나다.
은행 앱 설치부터 난관이었던 두 사람은 이후에도 신분증 본인 확인, ·비밀번호 등록, 금융상품 약관 동의 등 넘어야 할 장벽이 여럿이었다.
제작진의 안내에도 신분증 촬영 등을 쉽게 하지 못하며 쩔쩔맨 박씨는 “죄송합니다”라고 당황해했고, 한씨도 작은 글씨로 쓰인 금융상품 약관을 두고 “이런 약관 같은 걸 보면 이게(동의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라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각각 51분13초, 37분19초가 걸려서야 은행 앱 설치와 계좌 개설에 성공했다.
뒤이어 10분 안에 자녀에게 용돈 100만원을 보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박씨의 경우 방금 전 내려받은 은행 앱을 스마트폰 메인 화면에서 찾아 다시 들어가는 데에만 5분 넘게 걸렸다.
진땀을 빼던 박씨와 한씨는 제한 시간을 각각 26초, 3분36초 남기고서 송금 과제에 성공했다.
박씨와 한씨처럼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은 매우 낮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한 뒤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 환경 조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올해 초 은행에 배포하고 앱 개발을 권고했다.
현재 대부분 앱이 큰 글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이뿐이었다. 각종 메뉴가 많고 찾기도 힘들어 일반 고객에게도 어려운 인터페이스는 여전했다. 하나은행이 고령 고객의 경우 별도 앱을 통하지 않고 자사 앱에서 글자를 키울 수 있게 하고 고령자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데 그쳤다.
또 최근 모바일 앱에서 예·적금 등 금융 서비스에 가입하면 금리 우대와 같이 혜택을 주는 경우까지 늘면서, 디지털 기술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 앱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 있다는 60대 초반 김씨는 서울경제에 "앱에 예금 금리 1%를 더 준다고 써있어서 누르면 인증이며 각종 단계를 거쳐야 해서 되레 중·장년층을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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