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문제로 촉발된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의약품 처방이 크게 줄며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든 리베이트 단속과 올해 12월로 예정된 지출보고서 제출도 업계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의약품 유통업계에 따르면 병의원의 의약품 처방 감소로 인해 지난달 전문의약품 유통 매출이 10~2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종합병원이 많아 의료대란 여파가 큰 서울과 수도권에서 매출 감소가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병원에서의 의약품 유통량이 의료 대란 이전보다 20~30%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의약품 유통은 반기 단위, 연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당장의 매출에는 큰 타격은 없을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연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대란 이전에 비해 진료 환자 수는 물론 입원 환자 수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전공의 이탈로 수술과 입원이 줄어든 데다 의대교수 진료도 축소되면서 진통제, 항생제를 비롯한 의약품 처방도 예년에 비해 감소했다. 병원 매출도 비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실가동률이 40~50% 정도밖에 되지 않고 환자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동네 병의원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수도권 상급병원은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업계에는 집중 리베이트 단속과 지출보고서 제출이라는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5월까지 제약사 리베이트 집중 단속을 예고했다. 제약사 직원을 의사의 의대정원 증원 반대 집회에 동원하는 등 의료현장에서 갑질과 불법 리베이트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올해부터 학술대회 지원, 제품설명회 참여 의약품·의료기기 공급자의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도 공개하도록 했다. 지출보고서에는 제약·의료기기업계 등이 의약사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내역이 포함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불법 리베이트 단속 강화에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은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고강도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지출보고서 작성도 올해 처음인 만큼 어디까지 얼마나 공개해야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보고서를 통해 추가 조사가 이뤄질지도 몰라 긴장도 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