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총감독부터 리움미술관 리뉴얼 총괄, ‘일무’ ‘산조’ 연출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터 정구호가 음원 ‘눈부시다’를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구호는 “제 마음을 수필처럼 읽어내고 노래로 표현하는 작업을 했다”며 “제 버킷리스트인 노래를 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수줍게 소감을 말했다.
‘유은호’라는 가명으로 발매한 데뷔곡 ‘눈부시다’는 살아가며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 뒤에 남은 감정들을 담아낸 곡이다. 항상 파격적인 창작으로 트렌드를 이끌어왔던 정구호지만 이번 작품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며 들을 수 있는 발라드를 선택했다. 그는 “제 나이 또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아이돌 노래가 유행이지만 저는 할 수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구호는 “그 동안 창작 작업을 할 때는 선두적인 제안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는데 노래는 그러지 않았다”며 “개인적 감정이 들어가 진실되고, 제가 경험한 많은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나이가 되면 많은 것들도 이루지만 못 이룬 것에 대한 생각도 들고, 기쁜 부분도 있지만 쓸쓸한 부분도 있는데 ‘눈부시다’라는 단어가 그것을 잘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찰나의 또렷하던 꿈처럼 / 힘겨워한 날의 겨울도 지나보니 모두 눈부시다”는 곡의 가사는 모두의 공감을 살 만하다.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하나인 함춘호도 기쁘게 작업에 참여했다. 정구호는 “함춘호와 제 사이에 묘한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함춘호의 연주에는 쉼표, 숨이 있는데 저도 노래를 편하게 부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고,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하지 못했다"는 정구호는 “하지만 제 모든 창작 작업에 음악은 중요한 요소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제 이야기 같은 노래를 부르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부연했다.
한국 나이로 환갑이지만 그의 도전과 상상력은 멈추지 않는다. 벌써 다음 음악과 공연 구상까지 나와 있다. 다음 노래는 1932년 발매된 재즈 넘버 ‘뷰티풀 러브’다. 그는 “영원한 사랑을 아직도 믿고 있다”며 “이것 말고도 템포가 있는 신곡도 준비 중이고, 주변인들을 위한 공연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 ‘일무’는 다음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정구호는 “지금도 ‘철 언제 들래?’라는 말을 듣는다”며 “평생 도전하고 살았고, 세상 떠날 때까지 철없는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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