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에 올 1분기 다세대·연립 주택(빌라)의 전세 거래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이 실종된 가운데 부채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경매에 넘어가는 물건도 늘어나고 있다.
3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지역 다세대·연립 주택의 전세 거래량(3월 31일 집계 기준)은 1만 4594건으로 전년 동기(1만 8771건)대비 약 24% 감소했다. 2년 전(2만 4786건)과 비교해서는 약 40% 이상 감소한 규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저금리 시절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한 갭투자 수요가 몰렸던 다세대·연립 주택에 지난해 역전세와 전세 가기 우려가 집중되며 전세 거래가 감소했다”며 “임차인들이 순수 전세 대신 임차보증금 비율을 낮출 수 있는 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세 거래량이 줄어든 반면 임의경매는 증가하고 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담보물을 경매에 넘겨 채권을 회수하는 강제집행 절차를 말한다. 부채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전세금 반환에 실패한 임대인의 물건이 경매에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평균 서울 지역 다세대·연립 주택 임의경매 건수는 2022년 55.6건에서 지난해 68.2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월 56건으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특히 다세대·연립이 밀집한 강서구의 임의경매 건수는 지난해 140건으로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월평균 경매 건수는 지난해 11.7건에서 올해 19.5건으로 늘었다. 이어 관악구(11.5건), 양천구(8건), 동작구(7건) 등의 순이다.
함 랩장은 “전셋값이 오르고 저가 급매물에 대한 매입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 아파트 시장과 달리 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은 수요 회복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전세가율이 높고 매입수요 유입이 더딘 지역 위주로 다세대·연립주택의 경매는 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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