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읍의 컬리 물류센터. 다음날 새벽배송을 통해 집집마다 배달될 채소가 면적 8만 4426㎡(약 2만 5000평), 온도 4℃의 냉장 창고에 가득 쌓여 있었다. 이 중 당근과 청경채, 시금치 두 세봉지가 무작위로 흰 수거 봉투에 담겼다. 이렇게 선택된 채소는 즉시 농산물 신속검사센터로 옮겨져 잘게 토막 난 뒤 믹서기에 갈고 시료를 추가하는 등 전처리 과정을 거쳐 실험대에 오른다. 신선식품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잔류 농약 검사를 위해서다.
검사 한 번으로 총 465종의 농약을 걸러낼 수 있다. 오후에 나오는 결과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 채소는 전량 폐기된다. 지난해엔 잔류 농약이 다량 검출된 케일 16.5kg이 통째로 버려졌다.
이 같은 작업은 매일 이뤄진다. 하루에 세 품목 씩, 새벽배송 물류창고에 있는 신선 식품을 무작위로 골라 검사한다. 새벽배송 농산물은 물론,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오픈마켓 셀러들의 상품도 검사 대상이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검사 과정에는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함께 했다. 오 처장은 새벽배송 농산물의 안전 관리 현장을 둘러본 뒤 컬리를 비롯해 쿠팡, SSG닷컴, 오아이스 등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배송 전 신속검사 체계 운영에 대한 애로사항과 규제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는 물류센터에 입고된 농산물을 새벽 5~6시쯤 수거해 검사한 뒤 오후 5시쯤 결과를 통보하고 있는데, 업계에서 이 시간을 단축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정부는 검사 장비와 인력 확충, 근무 시간 탄력 조정 등을 통해 검사 시간을 최대한 당겨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해부터 신속검사센터 검사 장비를 2대 더 늘리고, 하반기 중 검사 보조인력을 1명 채용할 예정이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관리를 강화해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유통 단계 이전에 농산물 생산자들이 사용하는 농약 등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 뽑아달라는 요청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재 생산 단계에 대한 관리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고, 유통 단계와 그 길목에 있는 새벽배송 농산물에 대한 검증은 식약처에서 담당하고 있다”면서 “향후 농식품부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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