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3일 오전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9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의 생산라인 일부가 중단되고 직원들도 대거 대피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추인 TSMC의 생산 설비가 대만에 다수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이번 강진과 TSMC의 피해 규모, 공급망 차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 12면
대만 중앙기상국은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각) 대만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원지는 대만 동부 도시 화롄(花蓮)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북위 23.8도, 동경 121.7도이며 깊이는 15.5㎞다. 지진의 규모와 관련해 미국은 7.4, 일본은 7.7로 각각 발표했지만 대만 정부는 최초 7.4에서 7.2로 정정하고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규모 7.6의 난터우현 대지진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대만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집계된 사망자 수는 9명, 부상자 수는 946명이다. 소방 당국은 건물 잔해에 갇힌 생존자들에 대한 수색과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강진으로 TSMC는 대만 내 일부 팹(fab·반도체 생산 시설) 가동을 멈추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TSMC는 대만 북부와 중부·남부에 12인치 웨이퍼 팹 4곳과 8인치 웨이퍼 팹 4곳, 6인치 웨이퍼 팹 1곳 등을 가동 중이다. 한 소식통은 대만 현지 언론에 “일부 팹의 기둥이 파손되고 연구소 벽이 갈라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반도체는 제조 공정의 특성상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잠깐의 가동 중단만으로도 라인에 투입됐던 소재를 폐기해야 한다. TSMC는 전체 생산라인과 장비 점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에 필수인 최고급 반도체 80~90%를 담당하는 공급원”이라며 “이번 지진으로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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