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여당이 총선 의제로 띄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에 대해 “심판이란 말은 야당의 프레임”이라며 선거 전략에서 실책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심판이라는 말을 정부와 여당이 입에 올리는 순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이조 심판’ 중 무엇을 더 심판해야 되느냐는 프레임으로 들어가 버린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그런 프레임에 들어가기보다 지난 2년간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고 한번 기회를 주시면 정부와 여당도 정신 차리고 국민이 원하는 민생경제, 공정한 사회 문제, 양극화 문제, 인구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했어야 됐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조 심판론은 앞서 여당이 수차례 활용했던 의제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유 전 의원은 “‘이조 심판론’은 2년 전 대선에서 우리가 했던 것”이라며 “문재인 심판, 이재명이라는 문제 많은 상대 후보에 대한 심판, 그리고 조국 심판은 2019년부터 계속해왔고 그걸로 대선에서 이겼기 때문에 무한 책임을 가진 집권 여당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야당에 대한 심판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며 “무한 책임을 졌으니 민생이나 이 사회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지 성과를 갖고 이야기하고 부족한 부분은 반성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선거의 판세와 관련해서는 “국민의힘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 지금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었다가 돌아선 분들, 중도·무당층, 젊은층 중에 우리 당을 미워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될릴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도층 마음을 3~5%포인트만 좀 돌릴 수 있어도 해볼만한 선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고비를 넘기기가 굉장히 어려운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유 전 의원은 “(유권자들이) 우리나 민주당 후보가 얼마나 똑바로 된 사람들인지 안보고 묻지마 투표, 분노투표, 충동투표로 그냥 ‘윤석열 심판’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게 제일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 대표(이재명)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정치일을 못할 사람이고, 조국혁신당 대표도 고등법원에서 2년의 징역형을 받아 대법원 확정 판결이나면 정치를 못 하는 사람”이라며 “저런 분들이 이끄는 당에 우리가 지금 민심에서 밀리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서는 “(야당에 밀리는) 그 원인을 바로 직시를 하고 국민들의 어떤 화난 마음, 분노한 마음, 그걸 앞으로 남은 며칠이라도 좀 더 달래서 ‘기회를 달라’, ‘대통령의 관계도 재정립해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나아가겠다’ 이런 호소를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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