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선택을 통해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원칙이 법치주의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민주국가는 법치주의를 국가권력 행사의 근본원리로 채택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법치주의를 무력화하려는 세력들이 선거판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그들이다.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거나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이 주요 정당의 얼굴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형국이다. 이 대표의 경우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도 매주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현재 이 대표에 대해 진행 중인 재판은 모두 3개다.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비리 의혹 사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 위증교사 의혹 사건,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 등이다. 이 가운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은 병합해 심리 중이다. 앞서 이 대표는 총선 일정을 이유로 재판에 무단으로 불출석해 재판부로부터 “구인장을 발부하겠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달 2일 대장동 사건 재판에 출석하며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 대표가 재판정 대신 총선 유세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어 하는 의도는 명백하다. 재판에서 법리를 앞세워 무죄를 받아내기보다 선거 일정을 이유로 재판을 최대한 늦추고 총선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법원을 압박하는 게 본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재판에 나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말하거나 사실대로 말하는 건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들으며 피식 웃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와 지지자들이 재판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총선 이후 각종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번 총선 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당한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은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2027년 대선 전에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이 대표는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다.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를 능가한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1심은 물론 2심까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정 구속은 면해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조 대표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조 대표는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의원직을 잃고 2년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조 대표는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총선에 뛰어들었다. 법학자인 자신이 보기에도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총선을 지렛대로 본인들의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이들의 속내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반한다. 법의 집행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투명해야 한다. 권력자라고 예외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 입법부가 표심을 내세워 사법부에 압력을 가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닷새 후면 총선이 치러지고 민심이 드러난다. 총선 결과를 떠나 앞으로도 이 대표와 조 대표가 법치주의를 입에 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법치주의를 언급하는 순간 그 말이 부메랑이 돼 그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벗겨낼 것이기 때문이다.
총선이 단순히 국회의 권력 지형을 결정하는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총선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국가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유권자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누가 더 이 땅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적합한 인물인지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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