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여생을 정리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보니 수행 외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1954년생 말띠로 만 70세에 ‘늦깎이’ 승려가 된 영만스님의 말이다. 2일 은퇴 출가자 4인 중 한 명으로 대한불교조계종으로부터 구족계를 받은 영만스님은 “세속에서 더 이상 찾을 것이 없었다”며 “먼 길을 돌아 스님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민등록상으로는 1955년생이지만 실제 출생 연도는 1954년인 영만스님은 젊은 시절 서예가로 활동했고 한때 사업이 잘돼 경제적 여유도 누렸다. 이후 노년이 되면서 속세를 떠난 삶을 동경하게 됐다. 전남 광양시에 있는 상백운암이라는 암자에서 기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출가 연령이 만 50세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이루지 못할 꿈이었다. 그러다 2018년 조계종이 은퇴 출가 제도를 시행하면서 정식으로 출가해 행자 생활을 하고 사미계를 받았다. 이후 5년간 전남 여수 흥국사에서 수행하고 구족계를 수지했다. 어렵사리 구족계를 받은 것에 대해 영만스님은 “출가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기만 해도 아찔하다”며 “내가 그동안 출가자로서의 본분을 후회 없이 했는지 돌아볼 기회가 많았다”고 전했다.
영만스님은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학을 공부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고독한 노인들, 소외된 사람들과의 만남·소통을 위해서다. 그는 “많은 사람이 우울해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며 “물질적 풍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보니 물질은 일부분일 뿐 금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지닌 정신적 문제를 우리가 제대로 품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만스님과 함께 구족계를 받은 스님은 총 4명으로 은퇴 이후 출가한 예비 승려인 사미 1명과 식차마나니 3명이 5년간의 산중 수행을 마치고 구족계를 받았다. 연령은 주민등록 기준으로 각각 1955년·1956년·1959년·1966년에 출생해 평균 연령은 만 64.3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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