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자국민의 퇴진 압박에 이어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서방의 휴전 요구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3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제2 야당인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 발발 1주년을 맞는 9월 조기 총선을 치르기 위해 날짜를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힌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은 이러한 요청을 거부했지만 미국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주요 구성원이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의 70% 이상이 동의했다면 그것은 옳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경우 간츠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등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퇴진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3월 31일 예루살렘 크네세트 인근에는 가자전쟁 이후 최대 규모인 10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설상가상 이달 1일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내 이란대사관 공습에 이어 2일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공격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WCK 활동가 사망과 관련해 창립자 호세 안드레스는 이날 “이스라엘이 구호 요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주장을 내놓았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할 예정으로 알려져 양국 정상 간 대화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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