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경영대학원들이 경영학 석사(MBA) 과정에 인공지능(AI) 교육을 추가하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여러 산업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교육기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 DC 소재의 사립 아메리칸대 코고드(Kogod) 경영대학원은 다음 학년부터 AI 관련 강좌 스무 개를 새로 개설하거나 개편해 진행한다. 추가되는 강좌는 대량의 글자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텍스트 마이닝’과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분석 기법, 챗GPT를 활용한 협상 기술 교육 등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엔터테인먼트 산업 강좌 등도 추가될 전망이다.
이에 교수진들도 AI 교육 훈련에 들어갔다. 데이비드 마칙 코고드 학장은 지난해 12월 벤처사업가인 브렛 윌슨이 학교를 방문해 앞으로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뺏기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자 교과 과정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칙 학장은 “무슨 일을 하든 AI를 사용하는 법을 반드시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듀크대 퓨콰 경영대학원 등 명문 대학원들도 AI 활용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강의에 관련 과제를 포함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와튼스쿨의 이선 몰릭 교수는 이번 봄 학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AI를 이용해 평소에 하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과제를 내줬다. 학생들이 AI로 인한 ‘실존적 위기’를 직접 느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시나 아이엔가 교수더 MBA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고 종합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AI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수요가 높다.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GMAC)의 설문에 따르면 MBA 지망생 중 AI를 배우는 것이 경영대학원 학위 취득에 필수적이라고 답한 비중은 40%다. 2022년 29%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브레이 교수는 지난해 자신의 강의에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한 코딩 교육을 추가하자 수강 신청자 수가 이전의 21명에서 55명까지 늘었다고 전했다. 빌 볼딩 퓨콰 학장은 “AI는 우리의 세계를 먹어 치우고 있고 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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