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4) SPC그룹 회장이 네 차례 검찰 조사 불응 끝에 구속됐다. SPC그룹은 “고의적으로 조사에 불응한 적이 없다”며 강력한 유감 표명을 했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체포된 허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허 회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허 회장 등 SPC 경영진은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황재복(62) SPC 대표도 사측에 우호적인 한국노총 조합원을 확보하고 사측에 부합하는 인터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하는 등 부당 노동 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 기소됐다.
허 회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황 대표 등 임원진 조사 과정에서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시위를 벌이자 허 회장이 해당 노조 와해를 지시했고 이후 진행 상황도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같은 의혹에 허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18, 19, 21일과 이달 1일 네 차례 소환을 요구했지만 허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허 회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지만 가슴 통증 등을 이유로 한 시간 만에 귀가해 조사가 이어지지 않았다.
허 회장은 조사를 마치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고 소환에 응하지 않자 지난 2일 오전 입원한 허 회장을 체포해 조사했다.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 증거 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검찰도 부당 노동행위의 구체적 경위를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또 SPC가 2020년 9월~2023년 5월 검찰 수사관을 통해 허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 수사 정보를 빼돌리는 과정에서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SPC그룹은 허 회장의 불출석에 고의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파스쿠찌사와 업무협약을 앞두고 있어서 행사가 끝나는 25일 이후에 출석하겠다고 검찰에 전했다"며 "하지만 검찰은 출석일 조정없이 18, 19, 21일 연이어 출석 요구를 해 어쩔 수 없이 출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고령에도 행사로 인한 누적된 피로와 검찰 조사에 따른 스트레스로 응급실로 후송돼 전문의들도 2주간 안정 가료를 요한다는 소견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