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두 선수 사이 가장 왜소한 체격의 한 선수가 날린 티샷이 맑은 제주 하늘을 가르며 끝도 없이 날아갔다. 볼은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기록된 거리는 무려 285야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전 인터뷰에서 “‘저 선수 깡다구 있게 치네’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던 ‘돌격 대장’ 황유민(21·롯데)이 36홀 노 보기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첫 승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다.
황유민은 5일 제주 서귀포의 테디밸리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We’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 합계 10언더파 134타를 적은 황유민은 9언더파 공동 2위인 최가빈·문정민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전날은 2타 차 공동 2위였다.
황유민은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1위인 방신실(20·KB금융그룹), 2022년 이 부문 1위 윤이나(21·하이트진로)와 이틀 연속 한 조에 묶여 ‘장타 전쟁’을 치렀다. 황유민도 지난해 2위로 만만찮은 장타자지만 키 170㎝가 넘는 두 선수에 비해 163㎝ 황유민은 많이 작아 보였다. 하지만 이들 셋 중 이날 최장타를 날린 것은 황유민이었다. 그는 8번 홀(파5)에서 285야드 대포를 쏘아 갤러리와 중계진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78.57%(11/14)로 안정된 모습이었다.
티샷뿐 아니라 아이언 샷의 정확도도 눈에 띄었다. 첫 버디를 낚은 13번 홀(파5)에서는 106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을 핀 4m에 떨어뜨렸고 158야드의 17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핀 1m 안쪽에 붙여 한 타를 더 줄였다. 1번과 5번 홀(이상 파4)에서도 세컨드 샷을 핀 1m에 붙여 버디를 낚는 송곳 아이언 샷을 뽐냈다.
루키 시즌인 지난해 1승을 올린 황유민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꿈꾼다. 일단 세계 랭킹 75위 안에 들어서 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 최종전에 직행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전 단계인 스테이지2부터 치를 계획이다. 지난 겨울 태국 훈련에서는 LPGA 투어 통산 6승의 김효주(29)와 함께 훈련하며 미국 진출의 꿈을 부풀렸다. 그는 “효주 언니가 골프에 대해서 궁금하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했고 그때마다 자신만의 방법을 알려줬다”고 했다. 최근에는 1주일에 세 번씩 전화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다.
3년 8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프로 통산 64승의 신지애는 중간 합계 3언더파 141타(공동 26위)를 기록해 KLPGA 투어 59연속 컷 통과에 성공했다. 그는 KLPGA에 입회한 2005년 이후 이번 대회까지 59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을 피했다.
아마추어 김민솔이 박현경, 신인 유현조와 같은 5언더파를 적어 눈길을 끌었고 출전 정지 뒤 복귀전에 나선 윤이나는 방신실·정윤지 등과 함께 2언더파(공동 33위)로 컷을 통과했다. 윤이나는 4번 홀(파5)에서 티샷한 볼이 골프 카트 창문에 끼이는 해프닝 끝에 버디를 잡기도 했다. 디펜딩 챔피언 이예원은 1언더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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