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사전투표가 진행된 전국의 투표소 곳곳에서 난데없는 ‘대파 단속령’이 떨어졌다. 일부 유권자들이 ‘물가 폭등’에 대한 항의차원에서 ‘금값’이 된 대파를 들고 투표소를 찾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판단해 반입을 금지하면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대파 인증샷’을 놓고 선관위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인 일화나 현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의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여기에 야권이 “대파 금지령을 철폐하라”고 나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부터 진행된 사전투표와 관련해 대파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대파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을 비판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다. “대파 한 단이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고리로 대파는 ‘물가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하는 풍자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진보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표소에 대파를 들고 가겠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전날 투표소에서 대파를 들고 ‘인증샷’을 시도한 유권자들도 있었지만, 곧바로 선관위 직원들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선관위가 현장 투표관리관과 사무원들에게 ‘대파를 소지한 선거인에게는 사전투표소 밖 적당한 장소에 대파를 보관한 뒤 사전투표소에 출입도록 안내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선관위에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유권자 질의가 접수되자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 현재 선관위는 투표소 내 대파 반입 시 외부에 보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선관위의 단속에도 나주 혁신도시 사전투표소에서는 투표소 한 켠에 놓인 대파가 발견돼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관위의 해당 지침이 알려지자 야권은 즉각 반발하며 ‘논란 키우기’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충남 공주 유세에서 “대파가 투표소에 못 들어가면 디올백도 못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파가 무슨 죄가 있느냐"며 "선관위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코미디 같은 대파 금지령을 철폐하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실파, 쪽파는 들고 가도 되느냐. 대파를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쏘아붙였다. 조국혁신당은 또 ‘사전투표 시 주의점’이라는 안내문을 통해 “투표에 참여할 때는 반드시 대파를 밖에 두고 와야 제지받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SNS 등 온라인에서는 투표소 입구에 대파를 세워놓고 찍은 사진을 두고 ‘대파 발렛파킹’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대파가 그려진 가방도 맡겨야 하느냐”, “이제 장보고 투표소 가면 정치적 행위다”, “투표소 앞에 대파 밭이 있다면 다 뽑아야 하느냐” 등의 글을 올려 선관위의 대응을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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