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에게 음주와 무관한 지방간질환이 생기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과 사망 위험이 각각 5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경수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홍상모 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비알코올지방간질환과 심혈관질환 발생을 비롯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쌓여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간의 5% 이상이 지방일 때 진단한다. 간세포의 3분의 1 이하가 지방으로 이뤄지면 경증, 3분의 1에서 3분의 2 비중을 차지하면 중등도, 그 이상이면 중증이다. 술을 거의 먹지 않지만 과도한 열량 섭취로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를 비알코올지방간으로 칭하는데 알코올지방간과 구분하고 있다.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779만 6763명을 2형 당뇨병 진단 여부로 나눈 다음 지방간질환이 없는 환자군, 경증 지방간질환 환자군, 중등도 지방간질환 환자군의 세 그룹으로 구분해 8.13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을 포함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 관한 5년 절대 위험도는 지방간질환이 없는 환자군에서 가장 낮았고 경도 지방간질환 환자군, 중등도 지방간질환 환자군의 순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2형 당뇨병 환자는 지방간질환이 없어도 비당뇨인에 비해 심혈관질환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의 절대 위험도가 높았다. 지방간질환에 따른 위험도 차이도 더 크게 나타났다.
2형 당뇨병 환자 중 경도 지방간질환 환자군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당뇨병과 지방간질환이 모두 없는 그룹에 비해 3.8배 증가했다. 중등도 지방간질환 환자군의 위험도는 4.5배로 더 높았다.
또 2형 당뇨병 환자 중 경도 지방간질환이 있는 환자군에서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당뇨병과 지방간질환이 없는 그룹에 비해 3.4배 증가했다. 당뇨병과 중등도 지방간질환이 있는 환자군의 사망 위험은 4.7배 증가해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형 당뇨병에 비알코올지방간질환이 동반되면 심혈관질환 발생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란 건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대규모 역학 연구를 통해 두 질환의 동반 위험성을 수치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교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비알코올지방간질환 동반 유무에 대한 검사와 예방을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 및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뇨병이 있다면 정기적인 간 검진으로 지방간질환 유무를 파악하고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지방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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