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증시가 강세를 보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모를 통한 주식 공급은 불확실성에 위축되며 25년 만에 가장 큰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 시간) JP모건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의 공모 주식이 올해 들어 이미 1200억 달러(약 162조 원) 규모 순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감소분(400억 달러)을 압도한다. 이로써 전 세계 공모 주식은 최근 3년 연속 줄어들었는데 이는 JP모건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다른 형태의 주식 매각도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기업들은 자사주는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앞선 3년과 비슷한 속도로 계속돼 연말까지 약 1조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 속도를 늦추고 주식 공모를 늘릴 것이라는 JP모건의 앞선 전망과 상반된 상황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감과 인공지능(AI) 붐에 미국 증시는 2019년 이후 최고의 호조를 누리며 1분기를 마무리했다. FT에 따르면 연초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7.9% 상승했으며 전 세계 증시의 성과를 측정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올컨트리월드인덱스(ACWI)는 6.4% 올랐다. 증시 상승세에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쓰기보다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섣부른 주식 공모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건 연구원은 이같은 추세가 “기업들 사이에 존재하는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반영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아직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 제공업체 윌셔에 따르면 미국 상장사 수는 2000년 이후 7000개 이상에서 4000개 미만으로 줄었다. 유럽과 영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희망하지만 상장에 따른 재무 및 규제 관련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전히 사금융 시장이나 벤처캐피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맥그래스 오크워스캐피털은행의 수석주식전략가는 “기업들이 매출을 확장하기 더 어려워지는 시점이 이르렀다”며 “업체가 주당순이익(EPS)를 높이려면 자사주를 되사서 분모를 작게 만드는 것이 쉬운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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