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동해 한복판에 낯선 항공기 1대가 나타나 한일 양국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 북한의 함경북도 방면에서 동해상으로 중국의 무인정찰기가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 무인정찰기는 다름 아닌 중국판 글로벌호크 ‘WZ-7’였다.
‘WZ-7’는 중국 공군의 최신형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정찰기다. ‘중국판 글로벌호크’라 불리는데, 미국의 글로벌호크 보다는 다소 작지만 전투기용 엔진을 개조한 고성능 엔진을 장착해 글로벌호크 보다 빠르고 무려 7000㎞를 비행할 수 있어 장거리 정찰 임무에 특화된 무인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일 양국 언론은 중국 무인정찰기의 동해 비행 소식을 전했지만, 대부분 대수롭게 않게 여겼다. WZ-7의 정찰 비행 코스는 한일 양국의 영공과 가까운 곳이 아니고 당시 상황을 보면 도발로 인식할 여지가 크지 않기에 유야무야 넘어갔다.
하지만 군 당국 내부적으론 WZ-7이 어디서 이륙해 어떤 경로로 비행했는지, 어떤 고성능 무장이 장착됐는지, 그리고 중국군이 WZ-7에 부여한 임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부터 실전 배치된 WZ-7은 미국의 글로벌호크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무인정찰기다. 따라서 중국이 WZ-7에 어떤 유형의 센서를 탑재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한 적은 없다. 다만 기체 하단에 대형 레이돔이 설치됐고 기수 전방에는 전자광학카메라로 추정되는 장비가 식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밀한 레이더·광학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체로 판단할 수 있어 각국의 영공에 출현할 때는 해당 군 당국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특히 WZ-7는 정찰과 공격이 가능한 최첨단 무인기로 10여 시간 연속 비행이 가능하다. 비행고도가 약 2만m에 달해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성능 때문에 중국은 대만에 군사 압박을 가할 때 WZ-7을 동원하곤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중국 무인정찰기가 어떻게 동해까지 이동해 정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20여 대의 WZ-7을 생산해 북부전구·서부전구·남부전구에 각각 1개 비행단 체제로 분산 배치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날아온 WZ-7은 북부전구 예하 부대인 제16특수항공기사단 48연대 소속 기체다.
그런데 이 부대는 지린성 쓰핑시 외곽에 있는 이쑨춘(義順村)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중국은 동해와 접한 해안선을 단 1㎝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지에서 이륙한 WZ-7이 동해 상공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북한 영공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얘기인 즉 이번 WZ-7 동해 정찰 비행은 중국 단독 작전이 아니라 북한과의 협조가 있었던 공조 작전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의 군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중국의 대미 항전을 지원하고자 전략군 개편을 의결했다. 2023년 3월에는 ‘전술핵 운용부대 핵 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 ‘자위적 핵 역량의 신뢰성 검증 훈련’ 등을 실시하며 개편된 전략군의 임무수행태세를 점검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당시 훈련에서 타격 수단만 등장했을 뿐 800~1000㎞ 이상 떨어진 해역의 미군 전략자산을 어떻게 탐지·추적해 미사일을 조준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은 몇 달 뒤 중국 WZ-7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장거리 표적 획득용 무인정찰기인 ‘새별-4형’을 완성해 공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무인기 개발에 ‘외부 기술’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새별-4형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교류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따라서 중국이 필요에 따라 북한에 새별-4형 제작 기술을 지원했을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中 필요로 北에 새별-4형 제작 기술 지원
실제 새별-4형은 중국 북부전구 관할구역 내에 배치된 대함탄도미사일의 표적 정보 획득 자산으로 활용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북한의 윈윈 전략이다. 이를 통해 중국 WZ-7이 동해 정찰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북한 전략군에 전송해 북한의 각종 핵미사일 발사 플랫폼의 주요 정보로 활용돼 한미 당국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군은 또 다른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정찰기 ‘차이홍-6’(CH-6)도 보유하고 있다. 무인기 시리즈 가운데 최신 기종으로 날개폭 20.5m, 높이 5m 크기로 속도는 시속 800㎞, 12㎞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고고도 무인 정찰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글로벌 호크와 비슷하지만, 미사일과 폭탄 등을 탑재하고 공격할 수 있다는 게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
여기에 대잠 임무와 해상 순찰, 조기 경보, 근거리 항공 지원 등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이륙 중량은 7.8t이다. 최대 20시간 항속이 가능하다. 전자광학시스템과 조기경보레이더, 전자정찰시스템, 공대지 미사일과 폭탄 등 최대 450kg까지 탑재하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들은 “차이훙-6의 최대 장점은 고성능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자주 출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맞서 대만군도 무인 정찰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군이 당장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무인기(드론) 구매 예산을 증액했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만군이 군용 규격의 상용 무인기 구매에 69억5363만 대만달러(약 29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대만 국방부가 앞서 편성하려 했던 무인기 구매 금액 56억8798만 대만달러(약 2385억원)보다 12억6565만 대만달러(약 530억 원) 증액한 규모다. 대만언론은 구체적으로 대만군이 감시정찰형, 소형 등 4종류의 무인기 입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특히 소형 무인기 구매 금액이 12억8391만 대만달러(약 538억 원)에서 31억2454만 대만달러(약 1308억원)로 가장 많이 증액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금액에 따르면 군용 규격 상용 무인기의 최종 구매 대수는 36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자유시보는 육군용 무인기 예산(5억6659만9000 대만달러)과 세부 항목 금액까지 포함하면 관련 예산 총금액은 75억2023만 대만달러(약 3149억 원)로 증액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예산 증액은 대만 국방부가 지난해 8월 말 입법원(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국방예산서에서 육군 392대, 해군 1072대, 공군 315대 등 모두 1779대의 무인기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대만언론은 중국 무인기 위협을 겨냥해 대만군도 육해공 3군의 감시 정찰·작전 능력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만군의 무인기 전력 확대에 나서는 배경은 중국에 비해 군사력이 열세인 대만으로서는 무인 정찰기를 중국군에 대응할 수 있는 주요 비대칭 전력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침공 위협에 맞서 대만도 중국군 감시 전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MQ-9B ‘스카이 가디언’ 무인기(드론) 4대를 추가로 구매한다. 앞서 지난 2020년 정찰용 MQ-9B ‘시가디언’ 4기를 구매하기도 했다. 2020 구매분은 2025년부터 인도되며 이번 구매분은 2027년 인도가 완료될 예정이다. 이는 대만군이 장시간 비행하는 무인기를 통해 최근 군사적 위협을 고조하고 있는 중국군 동태를 더욱 샅샅이 감시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에 도입할 스카이 가디언은 40시간 이상 주·야간 악천후에도 체공하면서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아군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무인정찰기다. 미국의 공격 드론의 대명사 MQ-9 ‘리퍼’를 모방해 대만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비행거리 1000km, 체공시간 24시간인 ‘텅윈’ 중고도 드론과 합동으로 임무를 수행하면 대중국 감시능력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대만군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만은 미국의 방산업체 제너럴어토믹스 계열사인 GAAS와 2억 50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제너럴어토믹스는 스카이 가디언 4기, 지상 통제 장비, 예비부품, 지원장비 등을 오는 2027년까지 인도하게 된다.
이번 계약은 미 공군이 지난해 5월 중국의 침공에 대비하는 대만을 지원하기 위해 2억1800만 달러 규모의 스카이 가디언 4기를 발주한 후속 조치다. 미국은 지난 2020년 11월 대만에 6억 달러 규모의 MQ-9B ‘시가디언 드론 판매를 승인했다.
미 제너럴어토믹스가 생산하는 MQ-9B 스카이 가디언은 대만이 보유한 알바트로스 드론 보다 비행거리와 체공시간이 월등히 뛰어난 드론이다. 대만 국방개발의 산실인 중산과학원(NCSIST)이 개발한 알바트로스는 길이 5.3m, 날개너비 8.6m, 317kg, 작전거리 180km, 체공시간 12시간에 달한다. 대만은 32대를 보유 중이다.
이에 반해 스카이 가디언은 MQ-9 드론 시리즈의 최신형이다. 중고도 장시간 체공, 정보 수집,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포스트는 “스카이 가디언은 악천후에도 위성 통신을 통해 40시간 이상 수평선 넘어 비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너럴어토믹스에 따르면, MQ-9B는 길이 11.7m, 너비 24m에 이른다. 최대 이륙중량은 5.67t, 연료탑재 중량은 2.7t이다. 날개와 동체 중앙 등 총 9곳에 장착대를 갖췄다. 여기에 각종 센서와 무기 등이 장책돼 탑재중량은 2.155t이다. 또 하니웰사의 터보프롭엔진을 기체 후방에도 장착했다.
데이터링크 통신을 위해 C밴드와 가시권 밖 통신을 위해 X밴드와 Ku밴드 등도 사용한다. 전자광학과 적외선 카메라, 링스 360도 해수면 탐색레이더, 자동정보체계(AIS) 등을 탑재해 실시 간 전장상황인식 능력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행 고도는 12.2km, 비행거리는 6000노티걸마일, 체공시간은 40시간 이상이다.
대만제 알바트로의 12시간 체공시간과 항속거리 300km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