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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국수본부장의 메가스터디행…'3無' 국수본[경솔한 이야기]

사교육 카르텔 수사 공정성 논란

인선 과정부터 수사 독립성 훼손

공정성 '흔들'…존재감 역시 미약

내부 조직개편…수사력 약화 우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지난 2021년 1월 야심차게 출범한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역할과 존재감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기소는 검찰이 하고, 수사는 경찰이 한다는 대의명분 속에 탄생한 국수본은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담보가 존립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현 시점에서 국수본은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잃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남구준 초대 국수본부장이 메가스터디교육 사외 이사로 선임되면서 국수본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수본부장이 경찰 최고 책임자인 치안총감 다음으로 높은 치안정감 계급인 점도 경찰청장 등 수사지휘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평가가 많은 만큼 초대 국수본부장의 메가스터디행은 경찰 안팎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주 경솔한 이야기에서는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국수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1無’ 독립성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해 수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국수본 설치 법안은 20대 국회에 때부터 발의돼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 경찰법에 따라 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이 담당하고, 자치경찰사무는 시도경찰자치위원회, 수사사무는 국수본부장이 지휘감독을 맡게 돼 각각 독립된 권한을 행사하는 외형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국수본부장의 인선 때마다 독립성 훼손 논란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수본부장이 되려면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합니다.

이 같은 시스템 특징은 대통령과 경찰청장 등의 입김이 작용할 우려가 큽니다. 남 전 본부장의 선임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었습니다. 경찰은 2021년 1월 1일부터 11일까지 국수본부장 직위를 외부에서 공개 모집했지만, 결국 내부 인사인 남 전 본부장이 임명되면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남 전 본부장이 당시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경남 마산 중앙고등학교 선후배사이면서 2018년부터 1년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 파견 근무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정순신 변호사.연합뉴스


남 전 본부장 후임 인선 때는 경찰 조직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하자 경찰 내부에선 “굴욕적인 인사”라며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경찰 출신이 아닌 정 변호사를 직접 단수 추천하면서 정권 코드에 맞춘 것이라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정 변호사가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었고,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점 등이 부각되며 국수본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졌습니다.



‘2無’ 수사공정성


남구준 초대 국수본부장.오승현 기자


남 전 본부장이 대형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교육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국수본은 독립성뿐 아니라 수사 공정성마저 의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남 전 본부장을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물론 남 전 본부장의 메가스터디행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현행법상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은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 심사 대상 기관'으로 취업할 경우,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취업심사를 실시한 뒤 '취업 승인' 결정을 내린 만큼 법적 문제는 없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교육 사업과 무관한 남 전 본부장이 메가스터디 사외이사로 선임된 시점이 경찰의 ‘사교육카르텔’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실제 한 경찰 관계자는 “메가스터디가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남 전 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 전 본부장은 교육이나 사업과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3無’ 존재감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연합뉴스


시도경찰청이 맡고 있는 수사는 국수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도경찰청장의 수사지휘권이 인정되고 있어 국수본의 영향력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실제 중요 사건은 지방경찰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사건의 초기 수사를 일선 경찰서장이 책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수본의 존재감은 더 미약한 실정입니다.

국수본부장의 권한이 모호한 것 역시 국수본의 존재감을 더 약화하는 요인입니다. 개정경찰법을 보면 경찰청장은 국수본부장에 대한 구체적 수사 지휘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예외적으로만 인정하고 있어 외관상으로는 권한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국수본 역시 경찰이라는 같은 조직 내 행정관청인 만큼 수장인 경찰청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예외적 지휘권에 대해 그 적용 요건이 불명확한 만큼 경찰청장이 국수본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약한 존재감 속 진행된 경찰의 대규모 조직 개편은 국수본의 존재감을 더 약화시켰습니다. 경찰은 수사인력이 아닌 행정업무를 담당하던 인원이 감축돼 수사에 영향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수사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경찰관계자는 “대규모 조직 개편으로 인한 영향이 지금 당장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결국 일선서 강력과 사이버, 지능수사팀이 축소된 만큼 장기적으로 수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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