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시장 침체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미분양 털기에 나섰다. 인기 단지의 분양 흥행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주변 단지의 미분양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낙수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7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경기 수원, 용인 일대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 2월 청약을 받은 수원시 영통구 '영통자이센트럴파크'가 조기 완판에 성공하면서 다른 단지들도 미분양 해소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영통자이센트럴파크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0억원이 넘어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수인분당선 영통역 역세권 단지이면서 주변 입지여건이 좋아 대기 수요가 몰리며 조기에 분양이 끝났다.
영통자이센트럴파크 성공 이후 작년 말부터 수원시 권선구 세교동에서 분양 중이던 '매교역 팰루시드'도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며 전 가구 계약을 마쳤다는 게 분양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매교역 팰루시드는 삼성물산 등 컨소시엄이 권선구 113-6구역을 재개발하는 2178가구의 대단지로, 전용 84㎡의 분양가가 약 9억원 선에 책정되며 주변 시세보다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초기 계약률이 30%에 그치는 등 고전했지만 계약금을 종전 10%에서 5%로 낮추는 등 초기 자금 부담을 완화해주고, 영통자이센트럴파크가 분양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GS건설이 시공한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영통역 자이 프라시엘'도 저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판매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영통역 자이 프라시엘은 '영통역세권'을 앞세우고 있지만 행정구역이 용인으로 초기 미분양이 많아 고전했다가 10억원대 영통자이센트럴파크가 분양에 성공하면서 계약률이 오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기 지역의 고가 아파트가 소진된 후 그보다 저렴한 물건이 팔리는 낙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분양 시장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공사비 상승에 따른 고분양가 우려로 인해 입지 여건이 양호한 곳에는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미분양 단지 중 하나인 '은평 자이더스타'도 최근 공사비와 신규 분양가가 오르면서 계약률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22년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공급하면서 전용면적 49㎡의 분양가를 8억원대의 고분양가로 책정해 외면받았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계약금 2000만 원 정액제·중도금 무이자 등 지원 혜택도 늘리며 미분양이 소진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아직 미분양 판매가 늘어나는 곳은 수도권 일부에서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청약 미달이 심화하고 있는 지방은 최근 미분양이 늘며 신규 분양도 중단하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4월에는 지난달 청약홈 개편으로 미뤄놨던 분양이 몰리며 올해 들어 가장 많은 2만4000여 가구가, 5월에는 이보다 많은 2만7000여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업계는 총선 이후 진행될 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올해 공급 물량과 분양 성패를 예측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이나 총선 이후 건설업계 위기론도 여전히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와 집값 상승 등 가시적인 변화가 없다면 분양시장도 눈치보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