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일본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줄이는 대신 미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10일(현지 시간) 미일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제 동맹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예정으로 알려져 이 같은 흐름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일본무역진흥기구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일본의 미국 직접투자 잔액은 6965억 달러(약 942조 원)로 대중(對中) 투자 잔액 1425억 달러(약 193조 원)의 약 5배에 달했다. 2012년 일본의 미국 투자 잔액은 2865억 달러(약 388조 원)로 대중 투자액의 세 배 수준이었다.
닛케이는 “일본의 중국 직접투자가 감소하면서 미중 투자액 간 차이가 벌어졌다”며 “중국은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지정학적 위험성이 있어 일본 기업들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10일 미일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공통 보조금 규칙 책정이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전기차와 수소 관련 사업에서 보조금이나 세금 우대 등으로 양국 기업의 유망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분야를 보면 제철·건설·자동차·식품 등 다양하다. 실제로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키스이하우스는 미국 주택 건설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닛신식품은 지난해 11월 50년 만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즉석 면 공장을 세운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도요타자동차·후지필름·야쿠르트 등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했거나 추진 중이다.
닛케이는 “일본 내 인구 감소로 내수가 위축될 우려가 큰 만큼 일본 기업들은 미국인의 개인소비를 노리고 거대 시장에서 성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미국 생산 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조 바이든 정권의 정책도 투자를 유도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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