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달 4일 면담을 가진 뒤에도 의정(醫政)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의료 개혁 논의 시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의대 증원 2000명’ 규모 등에서 양보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며 협상의 문을 닫았다. 박 위원장을 겨냥해 일부 전공의들은 “독단적 만남”이라며 탄핵을 시도하고 있고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내부의 적”이라고 비난하는 등 의료계가 자중지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심지어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우리 집 아들(전공의들)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는데 에미애비(의대 교수 등)가 나서서 일진 부모(윤 대통령 등) 만나서 담판 지어야죠”라며 대립을 부추겼다.
대화의 물꼬가 닫히면 정부는 ‘유연한 처리’ 입장을 바꿔 ‘기계적 법 집행’이라는 강경 자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4·10 총선 승패와 상관없이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와 형사처벌을 시작으로 ‘의협 법적 해산’까지 고려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동네 병원들의 집단 휴진 등으로 맞대응할 것이 뻔하다. 이대로라면 의료 대란이 불가피하고 환자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지금 의사들은 의료 개혁의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기득권을 지키려 강경 투쟁만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수술이 미뤄진 중증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응급 환자까지 나오고 있다.
의사(醫師)들은 ‘선생님’ 소리를 듣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대로 공멸을 초래해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국민적 원성을 듣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의사들은 관련 단체들의 내부 토론을 거쳐 의대 증원 규모 등에 대한 합리적인 단일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정부와의 대화를 재개해 의사 증원, 필수·지역 의료 강화, 수가 개편 등에 대해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의료 개혁의 근본 원칙은 지키되 충분한 소통과 경청을 통해 의사들의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화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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