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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혜 WWF 사무총장 "기후 의제, 선거 때만 반짝…유권자 관심 멀어져"

"11월 제5차 INC서 플라스틱 오염 막을 리더십 보여야"

총선 매니페스토서 배출권 거래제 정상화 등 과제 지목





지난번 기후젊치인 시리즈(1편 정혜림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 2편 김혜미 녹색정의당 서울 마포갑 후보, 3편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에 이어 마지막 기후정치 이야기입니다. 비건 맛집이나 제로웨이스트 신제품 이야기만큼 재미있을 수는 없지만 선거의 계절에 놓칠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WWF코리아의 박민혜 사무총장님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박 총장님은 대학원 시절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비정부기구(NGO)에 관심이 많으셨고, WWF 한국본부 설립 초기 합류해 지금까지 걸어오신 분입니다.

◆WWF, 동물보호단체 아닙니다


WWF(세계자연기금)는 1961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자연보전기관입니다. 자연이라 함은 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지구의 구성 요소들을 가리킵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이중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활동보다는 연구, 보고서 발간, 정책 제언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꿔가고 있습니.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활동중.










“원론적인 이야긴 이제 그만”

우선 박 사무총장님이 일회용품 규제, 에너지 전환 등 현 정부의 환경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박 사무총장님은 "지난해 일회용품 규제 유예 같은 뒷걸음질도 있었지만 최근 재생원료 표시제 등 한걸음 진전한 정책도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재생원료 표시제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생원료를 쓴 제품·용기에 아래처 마크를 붙일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지난달부터 시행됐으니까 지구용사님들 플라스틱 용기가 포함된 물건을 살 때 한번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귀여운 팬더 로고 때문에 소소한 오해를 받곤 합니다.


물론 여전히 할 일이 많습니다. 박 사무총장님은 "올해 11월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위한 마지막 회의인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가 부산에서 열립니다. 국제적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개최국인만큼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고,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제시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씀.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 혼자 벗어날 수 있는 일시적인 트렌드도 아닙니다. 박 사무총장님은 "많은 나라에서 RE100(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 같은 기준을 내걸고 있고, 유럽연합(EU)에서는 삼림 벌채 규정과 공급망 실사법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손실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따라잡지 않으면 타격을 입게 될 테고요.
이런 상황들은 우리가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 사무총장님은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읽지 않고 버린 배우자분의 안타까운 모습(...)를 전하시면서, 유권자로서 공약을 따져보고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물론 정치권의 책임도 막중합니다. "선거 때만 반짝 거론하고 어떤 환경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지 기준점을 제시하지 못하니 기후 의제가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진다"고.


기후위기 대응, 이것만은 꼭




그래서 최근 WWF는 총선을 앞두고 '총선 매니페스토'를 통해 국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았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강화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그린워싱 방지 확대 △지속가능 금융 확대 총 4가지입니다. 요약해 보겠습니다.

▲포괄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해선 배출권 거래제부터 제대로 운영해야 합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이 배출권 거래소에서 배출권을 사서 상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배출권을 무상으로 기업들에게 주는 비중이 높고 배출권 가격이 싸서 효과가 미미. 유상으로 사서 쓰도록 하고(=비용 절감을 위해 온실가스 줄이란 의미), 감축 잘 하는 기업들이 더 배출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순환경제도 중요합니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70%는 자원 추출과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니까 이것만 줄여도, 그러니까 이미 있는 자원들을 잘 재활용해 쓸 수만 있어도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반 가량을 흡수하는 육상·해양 생태계를 보전하고 복원하는 것도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빠른 길입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가속화

한국 기업들이 수출하려면 유럽, 미국 등 점점 엄격해지는 기후 규제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2030년 한국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157.5~172.3테라와트시에 달하는 반면 실제 발전량은 97.8테라와트시에 그칠 전망입니다. 빨리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려면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도 강화해야 합니다.

▲그린워싱 방지

유럽과 미국에선 그린워싱을 법으로 규제하는 추세. 예를 들어 정유 회사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친환경에 대한 광고를 했는데, 영국에서 광고 금지 조치를 당했습니다. 한국도 그린워싱 규제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지속가능 금융 확대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쉽게 말해 지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에 투자나 자금 지원(대출 등)을 하지 말자는 것이 지속가능 금융입니다. 기업 경영을 가능케 하는 혈액과도 같은 자본의 흐름을, 지구에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르게 하자는 겁니다. 각자 열심히 텀블러를 쓰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 금융으로 더 빠르게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민간·공공 금융 모두 지속가능 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WWF의 지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 기후대응기금의 보다 체계적·효율적인 운용 계획과 관리 방안의 마련 2. 친환경 부분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지원하는 통화정책 강화 3. 기후 공시·생물다양성 공시 제도 조기 도입 4. 기후리스크 및 생물다양성 리스크가 반영된 금융 감독당국의 미시건전성 관리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합니다.

박민혜 사무총장님. WWF 사무실에는 팬더 모형이 잔뜩 있습니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내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 한잔 마시면서 찬찬히 다시 한 번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걸어갈 길이 좀더 선명하게 보이는 만큼 힘도 나지 않을까요.

박민혜 사무총장님은 "지구용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다양한 환경 소식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지구용의 활약을 기대하겠다"고 해주셨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을 포함한 모든 지구용사님들에 대한 응원도 함께 말입니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WWF 한국본부의 비전은 ‘Act Now or It’s Too Late(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너무 늦다)’입니다.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기보다는 지구용과 함께 사부작 사부작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해 나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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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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