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한 달간 전국 146차례 지원 유세에 나서며 광폭 행보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비명횡사’ 공천 파동을 잠재우고 지방 험지를 책임지며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빈자리를 확실히 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 위원장이 민주당 선거를 전면에서 이끌어 4·10 총선 이후 정국에서 ‘키맨’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 위원장은 8일 강원도 동해·강릉·속초 등 ‘동해안 벨트’와 경기 지역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가 춘천과 원주를 2일 찾은 후 엿새 만의 강원 재방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선대위원장직을 맡은 이후 이날까지 전국을 누비며 총 146개 지원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하루 평균 5개 지역구를 방문한 것이다. 특히 이 대표가 재판에 출석하거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 화력을 집중하는 동안 김 위원장은 대구경북 등 지방 험지와 격전지를 챙기며 이 대표의 빈자리를 메웠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김 위원장은 앞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요청으로 전격 복귀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출범 전부터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다 버리자”며 통합을 강조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낙천해 ‘비명횡사’ 논란의 상징이 됐던 서울 강북을 공천을 두고는 “박용진을 사실상 배제하는 결정이 잘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거침없는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은 중도층을 놓치지 않으려 선대위 내 ‘레드팀’을 자처했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양문석(경기 안산갑)·김우영(서울 은평을) 후보의 막말 논란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내고 재검증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 국민 앞에 겸손함, 막말을 용납하지 않는 단호함이 선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김 위원장의 공개 비판과 지적이 공천 파동을 수습하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고 평한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김 위원장의 존재감은 한층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에 “정권 심판에 절박한 심정으로 한 달가량 선대위를 이끌어왔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민심을 잘 파악해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소통의 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총선 이후 행보도 이 때문에 관심사다. “다시 당에 돌아온 이유는 하나”라며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던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견인할 경우 당권이든 대권이든 재도전할 길이 열리게 된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여야의 심리적 내전 상태가 격화된 만큼 정치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김 위원장이) 깊은 고심 중”이라며 “총선이 끝나면 향후 행보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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