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재판에 출석하며 “제가 다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 여러분이 대신해달라”고 호소했다. ‘야당 탄압’ 프레임을 부각하면서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 대표는 초박빙 접전 지역구 후보 7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재판장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성남FC·백현동’ 재판에 출석하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손발을 묶는 것이 검찰독재정권 정치검찰의 의도인 것을 알지만 국민으로서 재판출석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저는 2년째 겪고 있는 억울함과 부당함, 저 하나로 모자라 아내까지 끌어들인 정치검찰의 무도함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으려 한다”며 “제가 겪고 있는 고통과 불편이 아무리 크다 한들, 국민 여러분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며 정권 심판론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을 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랐다. 지금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2년 간 윤석열 정권은 경제, 민생, 외교, 안보, 민주주의 모든 측면에서 국가를 후퇴시켰다”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모든 성과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입틀막’, ‘칼틀막’도 모자라 ‘파틀막’까지 일삼는 바람에 피로 일궈낸 모범적 민주 국가는 2년도 안 되는 이 짧은 시간에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라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먼저 최일선에서 이념전쟁을 벌이고 폭압적인 검찰통치가 이어지면서 민주주의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 공존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꼭 투표하셔서, 주권을 행사하셔서 이 정권의 실패를 심판하고 경고장을 확실하게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국민을 배신한 정치세력의 과반 의석을 반드시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민주당 ‘험지’에 출마한 후보자 7명을 일일이 거론하기도 했다. 경남 진주갑 갈상돈 후보, 강원 강릉 김중남 후보,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이재한 후보, 충남 서산태안 조한기 후보, 경기 포천가평 박윤국 후보, 충남 공주·부여·청양 박수현 후보, 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남병근 후보 등이다. 이 대표는 “특별히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 정권 심판의 열망을 받아 안은 우리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 곳곳에서 박빙의 접전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4월 10일, 국민이 주인인 나라 다시 만들겠다. 국민의 승리의 도구로써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며 기자회견을 마치고 재판장으로 들어섰다. 다만 ‘구인장 발부를 염두에 뒀나’, ‘법원의 기일 지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냐’는 취재진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법원 앞에 몰린 일부 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연호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을 마친 뒤 늦은 오후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에서 총선 전 마지막 유세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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