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을 운영하던 부부가 부지 경계 부근의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사용했다는 이유로 변상금 처분을 받은 뒤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당시 재판장 정상규)는 9일 부부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2월 “서울시가 무단점유를 알면서도 이의제기를 안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서울특별시가 원고들의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분양계약 당시 A회사가 펜스 내 부지를 유치원 부지로 안내했다는 말이 없다”며 “서울시가 원고들이 토지를 무단점유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부부는 아파트 단지 내 부지 및 건물을 분양받아 40년 넘게 유치원을 운영해왔다. 해당 부지 주변에 펜스가 설치된 상태에서 2018년 펜스 내 토지 중 424㎡(약 128.3평)에 대해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헀다. 서울시를 상대로 한 해당 소송은 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서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SH공사는 2021년 11월 원고에게 2016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5년간 해당 토지를 무단점유 사용했다는 이유로 변상금 18억 원을 부과했다. 이에 부부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위원회는 2016년 9월 17일부터 2016년 11월 15일까지에 대해서만 소멸시효 항변이 인정돼 처분 일부 취소를 명했다.
법원은 원고의 소송에서 행정심판 취소 부분에 대해서는 각하를, 나머지 부분은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리며 SH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펜스 내부에 놀이시설을 설치하는 등 원고가 유치원의 부지로 점유·사용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토지 부분 전체를 유치원 부지로 사용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지가를 기초로 변상금이 산정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부는 비교표준지를 잘못 선정해 토지 개별공시지가가 높은 금액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친 원고들의 점유·사용의 태양, 외부로부터 자유로운 출입이 제한됐을 것으로 보이는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적어도 2016년 이후의 시점에서 볼 때 이 사건의 토지와 인접토지의 이용현황을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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