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방안에도 불구 리모델링 방식을 고수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1·10 대책’에서 발표한 안전진단 없이 정비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법 개정 사항이라 통과가 불투명한 데다, 재건축으로 선회 시 일정 연기에 따른 높은 분담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우성2·3단지·극동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 마감일은 다음 달 7일로 현재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 총 5곳이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신동아4차까지 일명 ‘우극신’으로 불리는 이 단지는 규모가 총 4397가구에 달해 서울 리모델링 중 최대어로 꼽힌다. 역세권 단지이지만 용적률이 248%로 높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다. 우성2·3단지·극동은 지난해 6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별도 필지인 신동아4차는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향후 4개 단지 통합 리모델링이 목표다.
앞서 일각에서는 ‘우극신’이 재건축으로 정비사업 방식을 변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올해 1월 ‘1·10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힌 데다 서울시가 지난달 과밀 단지의 기존 용적률을 인정하고 필요시 용적률을 법정 상한보다 1.2배 늘려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따라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 우극신은 용적률 최대치가 360%까지 올라 사업성이 개선된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빠른 사업을 위해 리모델링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이나 조합장은 “현재로서는 비약적인 사업성 개선이 없다고 판단해 리모델링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강변(용적률 243%)’도 오는 19일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강동구 ‘선사현대(393%)’는 이달 초 리모델링 사업 계획을 확정했고, 3000여 가구 규모의 중구 ‘남산타운(231%)’도 지난해 10월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재건축 활성화 지원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고수하는 까닭은 빠른 사업속도다. 지금까지 지출한 비용이 큰 데다 재건축으로 선회 시 모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일정 연기에 따른 분담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준공 30년 이상 단지의 안전진단 의무통과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로 완화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 방안은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결국 사업 속도가 정비사업의 수익성”이라며 “사업 초기 단계인 곳들은 재건축으로의 변경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서울의 경우 대다수가 정비방향을 정해놓은 상태라 변화는 미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논의 시작 단계인 1기 신도시에서는 정비사업 방식을 놓고 혼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통합 재건축 시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이 골자인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고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면서다. 평촌신도시 내 ‘목련3단지’는 지난 6일 리모델링 허가 보완 신청을 위한 총회를 추진했지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올 초 발족한 같은 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인근 ‘목련2단지’의 리모델링 조합원 분담금이 2~4억 원대에 달한다며 재건축으로의 선회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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