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서 반려동물 시설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 주변에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어달라는 반려인의 요구가 빗발치는 반면 물림 사고와 소음을 우려한 반대 민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마땅한 부지 찾기도 어렵자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도심과 떨어진 공간을 찾거나 임시 놀이터를 운영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10일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따르면 서울에서 운영 중인 반려견 놀이터는 총 12곳(서울시 4곳·자치구 8곳)이다. 이 중 서울시가 운영하는 곳은 어린이대공원·월드컵공원·보라매공원·매헌시민의숲 등 4곳으로 나머지는 도봉·송파·영등포·구로·동대문·마포·강북·성동 등 8개 자치구가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운영 시설이 광진·마포·동작·서초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14곳에는 전용 놀이터가 없다.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도록 일정한 공간에 울타리를 둘러 만든 시설이다. 동물보호 조례에 따라 운영할 수 있으며 서울시는 자치구에 반려견 놀이터 설치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공원에서는 목줄을 착용해야 하고 물림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려인들은 놀이터를 선호한다.
서울의 반려인과 반려견 놀이터 수요 모두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서울 전체 가구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율은 22.2%(90만 가구)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증가했다.
반려견 가족이 늘면서 전용 놀이터가 없는 지역에서는 시설을 지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 온라인 창구에는 올 초부터 “서서울호수공원에 반려견 운동장을 만들어달라” “서울 각 구마다 반려견 놀이터와 반려견 공원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하지만 좁은 서울 시내에서 반려견 놀이터를 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동물 놀이터는 10만㎡ 이상 근린공원 등에만 설치할 수 있는데 도심에서는 이러한 대형 공원이 드물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주민의 반대도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개 물림 사고, 배변·악취를 우려하는 시민 사이에서는 거주지 인근 반려견 시설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서울 다산콜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각종 반려동물 관련 민원은 2017년 4만 건 수준에서 지난해 약 7만 건으로 급증했다.
그나마 서울시 건의로 지난해 하천법이 개정되면서 하천구역 안에서 등록대상동물을 위한 운동·휴식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는 하천점용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됐지만 하천변에서 운동·산책을 즐기는 주민 반대는 여전하다. 주민 동의를 얻어 하천변에 반려견 놀이터를 마련했거나 신설 예정인 곳은 성동구(지난해 12월)와 금천·구로구(올 하반기) 정도에 그친다.
주민 의견이 엇갈리고 부지 확보까지 어렵게 되자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주택가와 떨어진 곳에 시설을 조성하는 절충안을 찾고 있다. 시는 경기 연천군과 협의해 2027년 임진강 유원지 부지에 수도권 최대 규모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노원구는 지난해 하천변 대신 불암산에 반려견 임시 쉼터를 조성했다. 강남·송파·강동·금천구처럼 용역 업체를 고용해 반려견 순회 놀이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서대문구에서는 지난해말 자체 예산을 들여 안산에 반려견이 목줄 없이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조성했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서울은 주택 부지도 찾기 어려울 만큼 포화 상태여서 반려견 놀이터를 마련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임시 부지를 찾았다가도 반대 민원에 부딪혀 보류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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