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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권주자 1위' 굳혀…한동훈 정치 시작부터 '험로'

[선택 4·10총선] ■명운 갈린 잠룡들

李 친명 대거 입성에 당 기반 강화

韓은 참패 책임론 직면·입지 흔들려

5선 나경원 차기 당권도전 나설듯

낙선한 이낙연은 은퇴 수순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밝은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7년 대선의 전초전인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며 여야 잠룡들의 정치적 명운도 엇갈렸다. 목표였던 과반 의석을 훌쩍 뛰어넘고 원내 제1당을 지켜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권을 향한 탄탄대로를 달리게 됐다. 반면 사실상 ‘원톱’으로 선거를 이끌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참패 책임론에 직면하며 정치 인생 시작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당과 지역구(인천 계양을)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명실상부한 민주당 대권 1위 후보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은 물론 당을 이끌 리더십까지 인정받은 것이다. 동시에 불체포특권이 적용되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돼 ‘사법 리스크’에 따른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지역구 선거에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누르며 저력을 입증했다. 다만 원 전 장관이 패했다고 해서 정치적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당의 험지에 몸을 던져 이 대표와 ‘미니 대선급’ 승부를 펼친 것만으로도 대선 주자로서 확실히 체급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총선을 통해 그간 한계로 지적돼온 당내 기반도 확실히 구축했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 의원들은 대거 낙천하거나 탈당한 반면 친명계 후보 다수가 원내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류였던 친문계 위상도 크게 약해진 측면이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 차원의 방탄 움직임도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20대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이듬해 대권 재수에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델을 따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정치 신인’ 한 위원장은 암울한 첫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압도적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특히 당내 기반이 부족한 원외 인사로서 한 위원장은 친윤계 의원들의 강한 견제와 비판에 직면해 당분간 국내를 떠나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두 차례 갈등을 겪은 데다 공천 과정에서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과 충돌한 바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인 한동훈’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는 극복해야 할 대목이다. 한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도주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을 제때 진화하지 못했다.



정치 데뷔 당시 공언과 달리 기존 여의도 정치인과 차별화하는 데 한계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당에 ‘막말 경계령’을 내린 것이 무색하게 야당을 향해 “쓰레기” “후진 놈” 등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위원장은 낡은 여의도 정치와 차이가 없는 막말·혐오 정치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앞으로 한동훈의 정치에는 긴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따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권 심판론 바람을 타고 돌풍을 일으킨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비례 2번으로 거뜬히 원내에 입성하며 정치적 입지를 키웠다. 두터운 팬덤을 거느린 조 대표는 벌써부터 이 대표에게 대항하는 유력한 야권의 대권 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조 대표는 이 대표보다 사법 리스크가 큰 것이 짐이다. 앞서 그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르면 연내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정치생명이 엇갈린 거물들도 있다. 제3지대로 나선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고향인 광주에서도 낙선하면서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한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내에서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겨뤘던 그이지만 민주당 탈당 이후 총선 불출마까지 번복하고 선거에 뛰어든 만큼 정치적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정계 은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최대 격전지인 ‘한강 벨트’ 서울 동작을을 탈환한 나경원 전 의원은 국회에 재입성하며 대권 주자로 올라설 입지를 다졌다. 5선을 달성하게 된 나 전 의원은 전국적 인지도와 함께 수도권 여성 중진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차기 당권부터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차기 대선 도전 기반을 마련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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