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총선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아 들 가능성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10일 충격에 빠졌다. 대통령실은 특별한 입장 발표 없이 숨을 죽이며 향후 정국 대응 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 개각 카드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정운영 방식을 전면 수술하는 한편 야권 및 여당과의 관계 리셋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22대 총선에 대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관섭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들을 한남동 관저로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공식 일정 없이 관저에서 선거 방송을 지켜봤으며 수석들도 대부분 오후 들어 출근한 상태였다.
총선 결과에 대해서는 실망과 탄식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에서 ‘정권 심판론’을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민생 토론회와 현장 탐방 등을 통해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온 만큼 범야권 200석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심 희망을 걸고 있어서다.
대통령실은 성난 민심을 어떤 식으로 국정에 반영할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거대 야당의 견제로 남은 임기 동안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무 라인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 카드가 가장 먼저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내각 총사퇴 같은 충격요법 이야기도 나온다.
야당과의 관계 재설정에는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2년간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소위 ‘영수회담’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불통’ 이미지가 쌓였고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다만 야당이 윤 대통령이 내민 손을 바로 잡을지는 미지수다.
소위 ‘윤·한’ 갈등으로 불리며 지지율 상승 곡선에 찬물을 끼얹었던 여당과의 관계 재설정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장악력은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선거 참패에 대해 대통령실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공개 목소리를 냈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을 둘러싼 윤·한 갈등이 곧 총선 참패의 시작점”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총선 이후 속도를 내려 했던 노동 개혁이나 연금 개혁 같은 주요 정책은 힘이 빠지며 뒤로 밀리게 됐다. 이재목 한국외국어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에 강성 후보들이 많이 당선된 만큼 윤 대통령과 야권의 소통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빠르게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이고 국정운영 철학과 국정과제 등에서 협치하고 소통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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