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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총선 이후 경제정책, 큰 그림이 필요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한 달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어제로 막을 내렸다.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정부는 낮은 곳으로 임해 첨예한 정치적 대립으로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며 난관에 봉착한 경제와 민생에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경제 측면에서 매우 험난한 상황에서 출범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무리한 재정지출로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했고, 특히 지난 정부에서 파국으로 치달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 붕괴에 대응하는 데 주력해야 했다. 여기에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하강한 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수출 환경 역시 급속히 얼어붙었다. 그렇다 보니 지난 2년 동안 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절대평가하라면 외양상 C 학점을 받기도 민망할 정도지만 이러한 출범 환경을 고려하고 더불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평가를 한다면 C+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들을 복기해 보면 출범 때부터 의아한 점이 하나 있다. 그 흔한 경제 청사진을 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지난 대선부터 교수들과 전직 관료들을 포함해 대규모의 경제 캠프를 꾸려 출범했다. 그런데도 과거 정부가 내건 ‘747’이나 ‘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그 흔한 슬로건 하나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 좋게 봐서 논리성과 달성 가능성에 집착하다 보니 747과 같은 비현실적 구호나 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비논리적 슬로건을 내세우는 데 거부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장은 항해에 앞서 적어도 목적지가 어디고 어떤 항로를 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 입장에서 5년 후 우리 경제가 어떤 상태에 있을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추후 내놓은 정책들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출범 후 국민들에게 기억나는 경제정책을 말해보라고 해라. 노조나 교육·건설 부문에 있어 이권 카르텔을 혁파한 것이나 자본시장에서 공매도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정도가 기억나는 정도다. 이러한 정책들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 정책들이 합쳐져 궁극적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가늠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3년 내에 이 난제 중 난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더라도 해결의 실마리라도 풀어놓고 간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더불어 총선과 관련돼 나온 공약 중 중요도와 실행 가능성 측면에서 순서를 매긴 후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은 공약은 과감히 제외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단기 과제로는 이유야 어찌 됐든 물가와 경기 침체의 이중고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과의 접촉점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가끔은 진실이 불편할 때도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비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갈대가 고개를 낮추는 것은 바람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중력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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