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에서는 조국혁신당 돌풍에 고전하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야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은 향후 주요 의사 결정마다 민주당과 전략적 제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민주당은 창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신생 정당에 표심을 뺏겨 견제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목표치와 비슷한 수준의 의석을 확보해 선전했다는 평가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비례정당 투표에서 36.67%를 얻으며 18석을 획득했다.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이 수차례 공언한 19석에 한 자리 미달하지만 4년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19석과 비슷한 결과다. 보수 진영의 유일한 비례정당임을 내세워 보수층 결집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26.69%의 득표율로 14석에 그쳤다. 당초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밝힌 목표 의석이 20석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17석보다도 적다.
민주당의 비례 의석수가 목표치에 미달한 것은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을 기치로 내걸며 뚜렷한 선명성을 요구하는 야권 지지층의 표심을 상당 부분 흡수해 총 12석을 확보했다. 선거 기간 민주당은 ‘더불어몰빵론’을 강조하며 비례 투표에서도 민주연합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개표 결과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전북에서 모두 조국혁신당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호남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강도 높은 대정부·여당 투쟁을 예고했다. 여기에 민주당 등 190석에 달하는 범야권 세력이 수위 높은 공세를 펼치면 22대 국회의 여야 대립은 21대보다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과 관련해서는 조국혁신당과 적극 연대하면서도 조국혁신당이 주도하는 의정 활동에 대해서는 견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즉시 ‘한동훈 특검법’ 도입을 거듭 강조했던 조국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향해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향후 정치 행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아 대법원 확정 판결 시 의원직을 상실한다. 대법원은 이날 조 대표 사건을 3부에 배당했다. 3부 주심 대법관은 조 대표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2심의 재판장 엄상필 대법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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