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곳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예이츠가 1926년 발표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이다. 시인은 노년에 이른 자신의 처지와 노인을 경시하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이상향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를 꿈꾼다. 예이츠는 필자의 나이와 같은 61세에 이 시를 발표했는데 100여 년이 지나 노인이라 칭하기 민망한 세상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에 대해 생각해봤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최근 필자의 지인이 출간한 장편소설 제목이다. 소설은 30년 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경제난에 직면한 정부가 노령연금, 무상 의료 등 노인복지 혜택을 폐지하자 생활이 막막해진 노인들이 단결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노인 문제가 언젠가는 노인으로 편입될 중장년과 청년 세대를 아우르는 문제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 내년에는 전체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를 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유력하다. “육십갑자를 지나면 천수를 누렸다”며 회갑연을 열어 축하해주던 과거 시절을 생각하면 인류가 바라던 장수의 꿈이 이뤄졌다 할 만하다. 하지만 과연 지금 모든 노인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을 3배 가까이 웃돌았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부부의 노후 준비가 잘돼 있는 가구’는 7.9%에 불과했다. 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66.3세로 기대 수명 82.7세에 크게 못 미치며 고령층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우리도 나름대로 고령화에 대비해왔다. 고령자의 고용 연장과 복지 제도 개편을 통해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자 노력 중이다. 생애 주기별 돌봄 체계 구축을 통해 심리적·육체적 건강 관리를 지원하고 치료 중심의 의료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애쓰고 있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도 고령자 중심의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적 보험의 보장이 불충분한 부분을 치매간병보험으로 메우고 있고 고품질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케어 서비스는 이제 시작이지만 시장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처럼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규제가 개선되고 적절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생명보험사가 실버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처럼 생명보험 업계가 국민의 건강한 생활과 쾌적하고 안락한 노후에 진심을 다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생명보험 산업의 존립 기반과 장래 성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 강화라는 보험의 공적 기여를 통해 소비자들부터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측면도 강하다. 생명보험사의 실버산업 진출이 십시일반·상부상조를 근간으로 하는 생명보험의 정신과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