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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시작은 공공善 "타락하면 국가도 위험" [Books &]

■기업의 세계사

윌리엄 매그너슨 지음, 한빛비즈 펴냄





기업은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핵심이지만 그에 대한 평은 갈린다. 한 쪽에서는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경제와 사회 발전의 동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무분별하게 이윤을 추구하고 노동자를 억압하며 부와 권력을 축적하는 악의 화신으로 보기도 한다.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은 기업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포춘 500대 기업의 2021년 총매출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이상일 정도다.

신간 ‘기업의 세계사’는 역사적 맥락을 통해 기업의 본래 목적을 탐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업의 원래 역할은 공공성이 짙다. 주변 사회에 이익을 주기 위해 기업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은 원래 공공선을 함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기업은 공적인 목적을 지닌 공공단체로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리라는 정부의 믿음을 바탕으로 특별한 권한과 특권을 부여받았다”고 서두부터 강조한다.



책은 8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논증해 나간다. 기업의 원형은 고대 로마의 ‘소치에타스’다. 세금 징수, 도로망 구축, 수도관 건설 등 국가의 일을 나눠서 한 소치에타스는 현재의 공기업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힘이 너무 강해지며 폐해가 발생했고, 소치에타스의 부정은 로마의 몰락을 가져왔다. 저자는 이 외에도 대항해시대의 동인도회사와 미국의 철도공사를 담당한 유니언퍼시픽 철도회사, 페이스북, KKR, 포드, 엑슨모빌 등의 사례를 통해 기업이 사회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살핀다.

저자는 “지난 100년간 우리는 기업의 진정한 정신을 잃어버렸다”며 “이익 추구는 수단에서 목적으로 격상되었다”고 한탄한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숫자에 매몰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같은 개념이 최근 도입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기업이 타락하면 국가가 위험해진다. 저자는 “기업이 어느 때보다 막강한 지금, 확고한 운영 철학이 없다면 기업은 우리에게 무지막지한 해를 끼치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기업은 국가를 위태롭게 하지 말아야 하고, 장기적 비전을 생각해야 하고, 주주와 이익을 나눠야 하고,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고, 직원들을 제대로 대우해야 하고, 환경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책도 제시한다. 어떻게 하면 기업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고민이 필요할 때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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