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한 지 반년을 넘긴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7000~8000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임산부, 노인 등도 급성 영양실조에 빠질 수 있어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어린이 영양 수석 고문인 아누라다 나라얀은 가자지구에서 7000~8000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져 즉각적인 치료가 없으면 사망할 위험에 처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2~3주 안에 숫자가 극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식량 위기 상황에서 어린이의 경우 며칠 내 심각한 영양실조로 악화할 수 있어 가자지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 전에는 가자지구 유아의 약 60%가 분유를 먹었으나 현재는 분유를 찾기가 어렵다고 봤고 분유를 확보하더라도 깨끗한 물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가자지구 주민 70%는 전쟁 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봉쇄 조치로 인도적 식량 지원에 의존했으나 당시 영양실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 수유부, 환자, 노인 등도 단시간에 급성 영양실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성 영양실조가 진행되면 면역 체계가 무너지고 주요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극심한 피로, 체온 조절 능력 저하, 정서적 장애 등을 경험하게 된다. 영양실조에 걸린 가자지구 주민들은 질병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추정된다.
스탠리 즐로트킨 토론토대 영양학 교수는 텐트에서 지내면서 화장실과 세탁시설을 제대로 쓸 수 없으면 질병이 급속히 확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 서비스도 없고, 음식도 없고, 깨끗한 물도 없는 상황에서 심한 설사와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며 “이런 불리한 환경 조건과 건강 상태는 영양실조 속도를 악화시켜 결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사망 직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라얀 고문도 “(영양실조에 걸린 후) 아프게 되면 신체가 감염과 싸우려고 당신이 가진 단백질과 에너지는 뭐든 사용한다”며 감염과 영양실조의 결합으로 신체 방어 시스템이 깨지는데 이 과정은 어린이에게 더 빠르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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