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연금 급여액이 여성보다 약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산과 양육 등에 따른 경력 단절로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국민연금 여성 가입자 수는 1015만명으로, 1999년 말 472만 명과 비교해서 2.2배 증가했다. 전체 가입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29.0%에서 45.7%로 올랐다.
여성 노령연금 수급자 수도 꾸준히 증가세다. 노령연금이란 수급 연령에 도달해 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1999년 말 3만 명에서 지난해 11월 209만 명으로 62.5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여성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도 19.5%에서 38.3%로 늘었다.
다만 여성 수급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남성보다 한참 밑도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11월 남성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75만6898원인 반면, 여성 노령연금 수급자는 39만845원에 그쳤다.
노령연금 월 100만 원 이상 수급자 수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남성 노령연금 수급자 중 월 100만 원이 넘는 이는 65만1941명에 달했다. 월 100만 원 이상 여성 수급자(2만6697명)의 25배 수준이다.
이는 성별에 따라 가입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다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국민연금공단의 2022년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성별 연금 격차의 현황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후 연금을 받는 가입자 수가 남성은 72만8900여 명, 여성은 12만500여 명으로, 남성이 여성의 6배에 달했다.
여성의 연금 가입 기간이 남성보다 짧은 이유는 출산과 양육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의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생애주기별 남녀 국민연금 가입률을 보면 20대 초반 남성의 군 복무로 인해 여성 가입률이 더 높다가 30대부터 여성 가입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30대 후반에 남녀 가입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다소 줄었다가 50대 후반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국민연금제도에서 소득수준별 격차와 더불어 성별 격차는 해결해야 할 주요 정책과제로 꼽힌다. 이다미 부연구위원은 "출산과 양육 등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경력 단절이 국민연금 가입 단절로 이어지지 않게 크레딧을 확대하는 등 성별 연금 격차를 개선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률과 가입 기간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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