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도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릅니다.”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함께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기사에서 '자살', '스스로 목숨 끊다', '극단적 선택', '목매 숨져' 등과 같은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과 같이 객관적 사망 사실에 초점을 둔 표현을 쓰라고 권하고 있다.
5월부터는 제목에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쓴 기사를 보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중재위원회는 5월 1일 이후 자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제목에 '극단적 선택' 혹은 '극단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시정을 권고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자살을 ‘선택’이라고 보지 않았다. ‘극단 선택’ 같은 표현들은 자살이 사망자의 능동적 선택이라는 오인을 유발하며, '자살이 선택 가능한 대안 중 하나'라는 잘못된 인식을 낳을 수 있다고 언론중재위원회는 설명했다. 또 유사한 처지에 있는 이들의 모방 자살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극심한 정서적 고통으로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개인의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언론중재위원회는 덧붙였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불가피하게 자살 사건을 보도하는 경우 '사망' 혹은 '숨지다'와 같은 객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OECD가 통계를 낸 이래 자살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통계청이 집계한 자살 잠정치(경찰청자료)에 의하면 1월 잠정 집계된 자살 사망자는 130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987명)보다 32.3%(319명) 급증했다. 관련 보도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1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언론에서 자살을 보도할 때 선택의 일부인 것처럼 보여지면 안 된다”며 “극단적 선택은 말 자체에 ‘선택’을 포함하고 있어서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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