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에 따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은 국민의힘이 15일 4선 이상 당선인 간담회를 열어 지도 체제의 신속한 정비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간담회에서는 비대위를 최대한 짧게 가동한 뒤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가급적 빨리 치르자는 의견이 많았다. 국민의힘은 16일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의 논의 등을 거쳐 위기 수습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여당은 참패 원인을 제대로 분석한 뒤 쇄신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경제·민생 살리기를 위한 정책으로 승부를 걸지 못하고 ‘거대 야당 심판론’에 매달렸다. 당의 기반이 영남으로 편중되면서 안이한 해법만 추구하는 ‘웰빙 정당’에 머문 셈이다. 이번 총선의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인 90명 중 영남권 당선인은 59명(65.6%)에 달하는 반면 수도권은 19석(15.6%)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8년 전 20대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35석밖에 얻지 못하고도 패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16석에 그쳐 참패했고 이번에도 유사한 결과를 낳았다. 오죽하면 ‘수포당(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란 냉소적인 말이 나오겠는가. 2030세대 남성의 지지 철회도 심각하다. 2022년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58.7%와 30대 남성 52.8%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20대와 30대 남성은 여당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각각 31.5%와 29.3%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더 이상 여당이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란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대통령실이 여당의 대표 선출 과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 경선과 관련 현행 ‘당원투표 100%’ 룰도 바꿔야 한다. 국민의힘은 영남·강남·고령층에만 기댄 채 쇄신 시늉만 하지 말고 뼈를 깎는 반성을 토대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들과 기업들에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래야 보수 정당이 중도층과 청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지속 가능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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