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이란 내에서 양국간 전쟁이 발발할 경우 심각한 경제난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이스라엘을 그동안 억눌린 분노를 표출할 대상으로 삼아 공격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자국 내 분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가능성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정치적 통제에 직면한 수 많은 이란안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미국 등 동맹국들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가운데 이란 역시 이스라엘의 보복에 대응해 더 많은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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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이란 국민들은 양국간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 북부 도시 아몰에 거주하는 교사 헤삼은 "이러한 뉴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라며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고, 안전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갈등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중부도시 야즈드에 사는 주부 파르바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수년간 이어진 각종 제재와 부패 등으로 악화된 자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그는 "전쟁은 재앙을 가져올 뿐"이라며 "생필품을 살 돈 조차 없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란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50%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식품 및 주택가격 상승, 리알화 급락 등 경제 불황의 부담을 상당 부분 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이란의 보복 공격 이후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미국 달러당 리알화 환율은 달러당 70만 5000 리알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란의 가혹한 경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이란의 보복 공격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지난 13일 이후 이란의 공격을 지지하는 소규모 시위가 여러 도시에서 열렸고,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란 온건 진영 출신인 한 전직 관리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그들의 억눌린 분노를 표출하고 시위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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