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자국과 이스라엘의 안보 위기를 대하는 미국의 온도 차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이스라엘 방어가 우크라이나인의 질투와 분노를 촉발한다”며 우크라이나 현지 분위기를 보도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연합군은 자국군 전투기와 군함, 패트리엇 방공망 등을 총동원해 100여 기가 넘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직접 막아냈다. WJS은 이란 공격의 99%를 막아낼 수 있었던 이유로 이 같은 서방 연합군의 지원과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체계를 꼽았다.
이는 2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병력이나 전투기를 직접 투입하지는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향해 1000개의 미사일, 2800대의 드론, 유도폭탄 7000기를 발사했다. 유럽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해 왔지만 간접적으로 탄약과 무기 등을 제공하데 그쳤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이 러시아를 대적하는 데는 불충분하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이런 와중에 미국 등 서방이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것을 본 우크라이나인들은 서방의 태도가 ‘위선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의 주된 공습 타깃인 우크라이나 동부 히르키우에 사는 아밀 나시로프(29)는 “이스라엘에 로켓이 날아들면 전 세계가 주목한다”며 “여기(우크라이나)도 로켓이 날아다니지만 우리에겐 이스라엘처럼 하늘을 지켜주기 위해 나서는 미국 폭격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우크라이나인 생명의 가치가 (이스라엘인 보다) 더 낮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스라엘처럼 서방의 직접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영상 연설에서 “전 세계는 이스라엘의 동맹국과 주변국이 단결하는 것이 테러를 막는 데 얼마나 더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며 “테러행위는 모든 곳에서, 전적으로 패배해야 한다. 이스라엘에서 이뤄진 것과 같은 서방의 대응이 우크라이나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에 해준 것과 똑같이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를 지원해주면 나머지는 우리가 직접 하겠다“며 서방 동맹국에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과 유럽이 이스라엘과 같은 강도의 방어를 우크라이나에 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와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 탓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은 LBC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전반으로 전쟁이 확대되지 않으려면 NATO군이 러시아군과 직접 교전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A·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왔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또 중동에 위치한 이란과 달리 유럽 대륙에 인접한 러시아와 전면전 위험을 키우는 것이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도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긴밀한 군사·경제적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이스라엘의 입지가 우크라이나와는 현실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만을 요격해 이스라엘을 보호했듯, 러시아와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WSJ에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똑같이 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미국의 소심함 때문"이라며 미국이 이번에 이란군과 직접 충돌하지 않고도 이스라엘을 방어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