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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공시설마다 상시 기부함…나눔엔 때 없어"

황인식 사랑의열매 사무총장

지난해 모금액 8300억 넘었지만

60%가 연말연시 두 달에 집중돼

생활 속 기부문화 정착하기 위해

기부키오스크 등 쉬운 나눔 추진

황인식 사랑의열매 사무총장. 이호재 기자




“연말연시가 되면 이웃 돕기에 많은 성금이 몰리지만 1월이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나눔이란 때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항상 우리 이웃들과 나눔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황인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12~1월 모금 캠페인 기간에 연간 모금액의 60%가 집중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인 나눔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8년 11월 설립된 사랑의열매는 성금을 모아 3만 1000여 개 기관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나눔 플랫폼인 사랑의열매가 연말연시뿐 아니라 상시 관심을 받고 많은 성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황 사무총장은 지난해부터 ‘일상회복 착착착’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3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고 이제 완전히 일상이 회복돼 성금 모금 역시 일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다”며 “모금 확대와 사랑의열매에 대한 연중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손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랑의열매는 손쉬운 기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기부 키오스크’를 처음 선보였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식당 ‘야미당’과 협약을 맺고 키오스크 메뉴판에 ‘기부 세트’를 추가했다. 고객이 음식을 주문할 때 9000원짜리 식사 메뉴와 함께 1000원짜리 기부 세트를 누르면 고객의 카드에서는 1만 원이 결제되고 이 가운데 1000원이 사랑의열매에 자동으로 기부되는 방식이다. 황 사무총장은 식당과 카페 등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기부 키오스크 협약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랑의열매는 2023년 한 해 8305억 원의 성금을 모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기업과 개인들의 기부 참여가 많았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황 사무총장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시절 우리 국민들은 금을 모아 국가에 기증했고 앞서 1947년 보스턴마라톤대회 당시에는 국민들 모두 하루 세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지만 우리나라 선수를 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 모금 운동을 했다”며 “또 얼마 전 겪었던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마스크, 손 세정제 등 많은 물품이 사랑의열매로 들어왔는데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나눔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부터 우리 국민들은 자신은 어려워도 이웃을 도우려 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면서 나눔을 실천해왔다”면서 “특히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로 경제 사정이 어려웠지만 기업과 개인들이 나눔을 실천해준 덕분에 80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다”며 기부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국민들이 나눔을 좀 더 손쉽게 실천하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외국의 사례도 많이 연구하고 있다. 황 사무총장은 “미국의 경우 기념관이나 박물관·공원 등 공공시설에 가면 곳곳마다 기부함이 있고 방문자들이 1달러·5달러·10달러 등 성의껏 기부를 한다”며 “미국에서 이런 모금함들을 지켜보니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호주머니에서 지폐나 동전을 꺼내 돈을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인들에게 기부는 생활로 자리 잡은 인상이었는데 우리 역시 이런 문화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외환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특정한 사안이 있을 때만 기부를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기부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황 사무총장은 “올해는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 이웃을 적극 발굴해 지원하면서 사랑의열매가 사회 안전망의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아울러 국민들이 사랑의열매를 믿고 기부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 혁신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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