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참패로 귀결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16일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겠다”면서 국회와도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금 지원 등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다음 날 비서실장의 입장문 대독에 이어 이날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에서 ‘총선 민의 수용’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성찰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총선 결과는 대통령이 소통 부족과 독선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고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윤 대통령이 집권 2년 동안 야당 대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언론·국민과의 소통을 다짐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통 창구는 점점 좁아졌다. 파격적이었던 ‘출근길 도어스테핑’이 중단됐고 올해 초에는 기자회견 대신 1개 TV 방송과의 대담만 이뤄졌다. 22대 총선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함으로써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한 입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8년의 임기 중 6년간 여소야대 속에서 직무 시간의 70%를 야당 관계자들을 만나는 데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언론과의 적극적 만남과 대화 등을 통해 ‘소통 정치’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또 국정 쇄신의 일환으로 국무총리·대통령비서실장을 새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친윤(親尹) 인사를 배제하고 능력·도덕성을 갖추고 직언할 수 있는 국민 통합형 인물을 기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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