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삶에 대해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동의하는 등 가족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인 가구 비율은 33.6%, 부부 등 1세대 가구는 25.1%로 탈가족화 현상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여성가족부는 전국 1만 204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가족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0년 여가부가 시의성 있는 가족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뒤 시행한 첫 조사로 지난해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만 12세 이상 모든 가구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결혼과 출산은 필수’라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이 빠르게 뒤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대해 2020년 34.0%가 동의한 반면 2023년에는 47.4%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66.9%)가 가장 높았고 20세 미만(62.4%), 30대(60.6%), 40대(53.9%)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70세 이상은 19.4%만이 동의했다.
‘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는 2020년 26.0%가 동의했지만 2023년에는 39.1%가 동의해 동거 남녀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여론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2020년 28.3%였지만 2023년에는 34.6%로 늘었다.
가구 특성으로는 1인 가구와 1세대 가구는 증가한 반면 2세대 가구는 감소해 탈가족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었다. 2020년 30.4%로 조사된 1인 가구는 2023년 33.6%로 증가했고 부부 등으로 구성된 1세대 가구도 같은 기간 22.8%에서 25.1%로 늘었다. 부부와 자녀 등 2세대 가구는 2020년 43.2%에서 2023년 39.6%로 줄었다.
자녀 계획에 대해서는 ‘있다’는 응답이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실질적인 출산 연령인 30대가 27.6%, 30세 미만 15.7%가 ‘있다’고 응답해 2020년 대비 각각 9.4%포인트, 6.8%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30대 미만의 경우 초혼 연령의 상승 등으로 자녀 계획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응답이 2020년 58.6%에서 2023년 65.3%로 늘어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아내(73.3%)’가 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연령이 낮을수록 성별에 따라 동등하게 가사를 수행하는 비율(20대 56.4%, 30대 44.1%, 40대 25.7%)이 높아졌다. 지난 조사와 대비해 전반적으로 부부 관계는 좋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와 평균 대화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 미만(66.8%)’이라는 응답이 증가했고 부부 관계 만족도도 2020년 57.0%였던 ‘만족’ 응답이 2023년 66.2%로 증가했다.
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가부는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노후 돌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할 때 가족(55.8%) 다음으로 요양보호사 등 공공돌보미(18.4%)가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응답도 10.0%에 달해 돌봄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족 유형별 특성에 맞는 가족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전국 가족센터 기능을 확장해 모든 가족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 가족 보듬 사업’을 시행하고 맞벌이 가정을 위한 아이 돌봄 서비스를 11만 가구까지 확대한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자녀 양육 부담 경감, 일·생활 균형 지원 등 가족 친화 사회 조성을 위한 정책 방안을 적극 추진해 저출산 극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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